재기하러 왔는데···찾는 손님 없어 '썰렁'

9일 찾은 대구 서문시장 4지구 대체상가 베네시움은 손님이 없어 썰렁하기만 하다.
9일 오전 10시. 대구 서문시장 4지구 대체상가 베네시움은 썰렁하기만 했다. 최장 10일간의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임을 고려해도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모습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었다.

지난해 11월 4지구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한 뒤 베네시움은 대체상가로 지난 8월 25일 문을 열었다. 개장 당시 만났던 상인 박성태(49)씨와 원희정(47·여)씨 부부는 재기의 꿈을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추석 대목과 겹친 개장 한 달 시점임에도 상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대목 특수는커녕 파리만 날려서다. 부부는 “재기의 꿈은 빛바랜 희망이 됐다. 이제 생존할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재기를 꿈꾸고 보증금 300만 원과 1천500만 원의 빚을 내 속옷 가게를 다시 시작했다. 4~6일 휴장을 거쳐 영업을 재개한 7~8일 매출이 ‘0원’이었다. ‘하루 5만 원을 벌면 운수 좋은 날’이라고 생각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베네시움 상인들은 월평균 20만 원 정도의 관리비를 내고 있는데, 지금 수입으로는 관리비 내기도 벅차다고 하소연했다.

박씨는 “관리비와 교통비, 식비 등을 빼면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며 “모든 걸 포기하고 여기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 수차례도 더 한다”고 넋두리를 늘어놨다.

이에 베네시움 상인들은 손님을 모으기 위해선 비어있는 5~7층을 하루빨리 채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규모를 키워야 상가를 찾는 손님이 많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기존 서문시장 4지구는 670개의 점포가 있었지만, 대체상가로 이주한 점포는 250여 개다. 절반에 못 미치는 점포 수로 상가 7층까지 리모델링 했음에도 불구, 4층까지만 점포가 들어와 있다.
9일 찾은 대구 서문시장 4지구 대체상가 베네시움은 손님이 없어 썰렁하기만 하다.

오성호 서문시장 4지구 대체상가 상인회 회장은 “개장 직후에는 4지구의 모든 점포가 들어온 줄 알고 많은 손님이 찾았지만, 기존의 절반도 안 되는 규모를 본 이후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 “베네시움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선 가장 먼저 상가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며 “피해상인들만 베네시움에 들어올 것이 아니라 외부상인들도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인회는 서문시장에서 대체상가로 가기 위해서는 육교로 길을 건넌 뒤 300m를 더 걸어야 하는 지리적 약점도 손님이 찾지 않는 원인으로 꼽았다 .

대구시 관계자는 “12일 진행하는 서문시장 1·4지구 복합 재건축 설명회에서 상인들이 재건축을 동의한다면 대체상가로 베네시움을 사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의견을 충분히 들은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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