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하러 왔는데···찾는 손님 없어 '썰렁'
지난해 11월 4지구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한 뒤 베네시움은 대체상가로 지난 8월 25일 문을 열었다. 개장 당시 만났던 상인 박성태(49)씨와 원희정(47·여)씨 부부는 재기의 꿈을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추석 대목과 겹친 개장 한 달 시점임에도 상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대목 특수는커녕 파리만 날려서다. 부부는 “재기의 꿈은 빛바랜 희망이 됐다. 이제 생존할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재기를 꿈꾸고 보증금 300만 원과 1천500만 원의 빚을 내 속옷 가게를 다시 시작했다. 4~6일 휴장을 거쳐 영업을 재개한 7~8일 매출이 ‘0원’이었다. ‘하루 5만 원을 벌면 운수 좋은 날’이라고 생각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베네시움 상인들은 월평균 20만 원 정도의 관리비를 내고 있는데, 지금 수입으로는 관리비 내기도 벅차다고 하소연했다.
박씨는 “관리비와 교통비, 식비 등을 빼면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며 “모든 걸 포기하고 여기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 수차례도 더 한다”고 넋두리를 늘어놨다.
이에 베네시움 상인들은 손님을 모으기 위해선 비어있는 5~7층을 하루빨리 채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규모를 키워야 상가를 찾는 손님이 많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기존 서문시장 4지구는 670개의 점포가 있었지만, 대체상가로 이주한 점포는 250여 개다. 절반에 못 미치는 점포 수로 상가 7층까지 리모델링 했음에도 불구, 4층까지만 점포가 들어와 있다.
오성호 서문시장 4지구 대체상가 상인회 회장은 “개장 직후에는 4지구의 모든 점포가 들어온 줄 알고 많은 손님이 찾았지만, 기존의 절반도 안 되는 규모를 본 이후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 “베네시움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선 가장 먼저 상가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며 “피해상인들만 베네시움에 들어올 것이 아니라 외부상인들도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인회는 서문시장에서 대체상가로 가기 위해서는 육교로 길을 건넌 뒤 300m를 더 걸어야 하는 지리적 약점도 손님이 찾지 않는 원인으로 꼽았다 .
대구시 관계자는 “12일 진행하는 서문시장 1·4지구 복합 재건축 설명회에서 상인들이 재건축을 동의한다면 대체상가로 베네시움을 사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의견을 충분히 들은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