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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환 전 의성공고 교장
대구 남서쪽 지하철 1호선 대곡역 가까이에 대구수목원이 있다. 첫새벽부터 저녁 어두울 때까지 산책객이 이어진다. 짧은 운동복으로 조깅을 하는 사람, 휴대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걷는 사람, 맨발로 걷는 사람 등 다양한 여러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목원에는 산책길이 잘 되어있다. 동쪽에는 방부목 판자로 된 녹색길이 1km 정도로 수목원의 거의 끝 부분까지 되어있고 중앙 부분에는 콘크리트 포장으로 된 좀 넓은 길이 있고 서쪽 편에는 흙바닥으로 된 산책길이 있다. 유모차나 휠체어는 어느 길로도 편하게 갈 수 있다. 이 3개의 길 사이에는 그물 같은 탐방 길이 얽혀있고 산책길 중간중간에는 물도 마시면서 휴식할 수 있는 나무 벤치가 여러 군데 있다.

4계절을 통해서 이곳 대구수목원 산책길의 백미(白眉)는 방부목 판자 바닥의 1천m 산책길인 동쪽의 녹색길이다. 들어갈 때는 약간 오름 막이지만 되돌아 나오는 길은 약간 내리막길이라 걷기가 아주 편하다. 맑은 공기에 이쪽저쪽 시원한 나무가 빽빽한 참 보기 좋은 길이다. 각종 산새가 지저귀는 나무숲터널 길이고 뚜벅뚜벅하는 발소리와 부드러운 촉감에 먼지도 없다.

산책길의 각종 수목과 화초에는 설명이 적힌 이름표가 잘 되어 있어서 산책하면서도 읽을 수 있고 어린이 학생들의 식물탐구 학습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중앙에 있는 산책로의 중간지점 부근에는 거대한 규화목 몇 개가 세워져 있다. 인도네시아 원산지인 이 규화목은 500만~1천만 년 전 신생대 말기 나무의 화석이다. 나뭇결이 뚜렷하게 보이는 이 규화목도 아주 좋은 학습 자료가 된다.

수목원 둘레에는 야산이 있다.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하늘에 닿아 있는 산을 바라보는 또 다른 경치가 펼쳐진다. 순하게 생긴 나지막한 산이 수목원의 경치와 잘도 어울려서 볼수록 아름답다. 대구 시민의 사랑을 받는 명산에는 북쪽에 팔공산이 있고 남쪽에는 비슬산이 있고 중앙에는 앞산이 있는데 대구 수목원 둘레의 야산은 앞산과 비슬산의 줄기에 이어져 있다.

대구수목원에서 매년 가을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개최하는 국화전시회는 시민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큰 행사다. 해마다 더 기발한 아이디어로 여러 가지 형상으로 다듬어 기른 형형색색의 국화는 감탄스럽다. 진한 국화 향기를 맡으며 즐겁게 발을 옮기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서 그 황홀한 광경을 사진기에 담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올해에는 또 어떤 국화작품이 전시될는지 기다려진다.

이 국화꽃에는 바삐 설치는 또 다른 무리가 있다. 어디에 살다가 국화 향기를 용하게도 맡았는지 벌떼가 요란하다. 평화롭게 신바람 나게 날갯짓을 하며 분주하게 이 꽃 저 꽃을 찾아 국화꿀을 맛있게 빨고 있는 벌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봄부터 한여름을 지나면서 긴 기간 동안 가꾸고 준비하신 국화재배 전문 원예가들의 솜씨가 대단하다. 그간 힘이 많이 든 노고에 감사드린다.

이 국화 전시 기간 만은 그 넓은 주차장이 가득 차고 주변 도로에까지 승용차가 늘어선다. 일 년 중 이때가 수목원 인기의 절정이다. 수목원 입구 도로의 인도에는 핫도그, 솜 과자, 어린이 장난감 등을 펴놓고 북적이는 노점상들의 모습도 인파와 더불어 자주 못 보는 장관이다. 남녀노소 모두 모여든다. 노부모를 모시고 나들이 효도를 하는 젊은이들도 참 보기 좋다. 국화전시회는 생기가 넘친다. 우리 인생도 일 년 내내 이때처럼 국화 향기가 넘치고 이렇게 넘치는 활기가 이어졌으면 한다.

이런 수목원이 대구에 있다는 것이 큰 자랑이다. 대구의 북쪽 팔공산 자락 신서혁신도시에 더 큰 제2수목원이 생긴다니 반가운 일이다. 전국 방방곡곡에도 이런 행복한 숲이 많이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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