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 5.8 강진이 발생한 뒤 ‘지진 괴담’이 파다했다. 더 큰 지진이 올 것이라는 근거 없는 가설도 떠돌았다. 지난 7월 말 부산과 울산에서 발생한 의문의 가스 냄새를 지진 전조와 연결하는 주장이 퍼졌다. 가스 냄새는 부취제와 화학공단에서 발생한 악취로 결론이 났지만 이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같은 달 부산 광안리해변에 개미 떼가 이동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도 지진과 연결시켜 SNS에서 확산됐다.

물고기 떼, 까마귀 떼, 백상아리를 찍은 사진과 동영상도 괴담과 함께 잇따라 SNS를 타고 퍼졌다. “대지진이 일어날 징조”라는 설이었다. 정부가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도 괴담을 부추긴 요인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국력을 소진시킨 괴담의 역사는 깊다.

현재 한미 간 재협상 중인 한미FTA가 체결되기 전인 2008년엔 미국산 소고기 수입 여부 협상을 두고 광우병 괴담이 확산됐다. ‘미국에서 수입한 소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 ‘광우병 소고기를 다룬 칼과 도마에 의해 수돗물까지 오염된다’, ‘광우병이 공기로도 전염된다’는 등의 괴담이었다. 심지어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난다’는 괴소문이 돌았다. 가까이는 성주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도 ‘전자파가 건강을 해치고 참외 농사를 망친다’는 괴담이 돌았다. 사드 배치 반대 단체와 일부 주민은 물론 정치인들까지 괴담에 편승해 춤을 췄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괴담이 돌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1368명이라고 했는데, 이를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다가 일본 정부가 강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괴담성 주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최근 원전에 대한 근거가 미약한 괴담성 주장이 퍼지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한 서울대 공대 11개 모든 학과와 환경 영웅 셀렌버거 등 에너지 환경 전문가들이 “탈원전은 경제적으로나 안보, 환경적으로 후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조만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공사 가부의 결론을 짓게 된다. 괴담 수준의 논리에 전문지식이 없는 시민참여단 478명이 휘둘려 ‘학문이 국가에 버림받는 선례’를 남기지 않을지 걱정이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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