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대구 북구 칠성동 대구은행 제2본점 압수수색을 마친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들이 압수한 자료를 들고 나오고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속칭 ‘상품권깡’으로 31억여 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사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1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소환 조사를 받는다.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측은 “9월 5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비자금 장부 등을 토대로 사용처 등에 대해 박 행장을 상대로 확인할 예정인데,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행장이 법인카드로 30억여 원어치 상품권을 구매한 뒤 상품권판매소에서 평균 수수료 5% 정도를 떼고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한 뒤 개인 용도 등으로 쓴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상품권 대신 다른 물품을 구매한 것으로 허위 정산 서류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자금 조성방법은 이렇다.

박 행장과 부속실 소속 등 핵심 부장급 간부 5명은 고객마케팅부에 배당된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했다. 예산관리지침에는 접착형 메모지나 볼펜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1만 원 미만의 홍보물만 고객사은품으로 살 수 있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고객마케팅부는 이를 숨기기 위해 상품권 대신 메모지나 볼펜 등을 실제 구매한 것처럼 속인 허위의 영수증을 증빙서류로 첨부했다. 박 행장 재임 시작 시점인 2014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30억여 원의 상품권을 구매한 뒤 이런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은폐한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5일 북구 칠성동 대구은행 제2본점 내 은행장실과 부속실, 박인규 행장과 핵심 부장급 간부 5명 등 6명의 주거지 등 12곳에 수사관 50여 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벌여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작업을 벌여왔다. 업무상 횡령과 배임죄를 적용해 박 행장 등 6명을 입건했으며, 법무부에 10월 말까지 출국금지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박 행장이 조성한 비자금 가운데 상당액을 비정상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한 상태”라면서 “간부 5명은 소환조사에서 상품권깡을 통한 비자금 조성 사실은 시인했지만, 사용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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