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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원장

마음이라는 것은 참 이상 하지요. 내 몸은 현재 여기에 존재하는데 내 마음은 딴 곳에 가 있기도 합니다. 몸은 어른인데 마음은 어릴 적 매미 잡고 물장구치던 시절로 가 있기도 하고 몸은 현실에 있는데 마음은 저 혼자 먼 미래로 떠나가 우주의 어느 작고 예쁜 별에서 살아가는 환상을 꿈꾸기도 합니다. 귀한 공부 시간에 이렇게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다면 선생님께 혼날 일이지만, 때로는 이런 건강한 상상들이 마음의 양식이 되어 시가 되기도 하고 음악이 되기도 하고 영화가 되기도 합니다.

마음이라는 것은 참 이상하지요. 마음먹기에 따라서 천국도 되고 지옥도 되는 것입니다. 현실은 보잘것없는 직업에 많은 것이 부족하고 가진 것 없어도 마음이 행복하다면 모든 것이 행복해 집니다. 반대로 아무리 많은 금은보화에 높은 자리에 앉아 있은들 마음이 행복하지 않으면 불행한 것입니다. 물질로는 행복을 느낄 수 없으니까요. 마음의 행복이 중요한 것입니다.

마음이라는 것은 참 이상 하지요. 마음은 일정하지 않고 자주 변하는 변덕쟁이입니다. 항상 기분이 좋을 수도 없고 항상 기분이 나빠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마음은 움직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이 한쪽으로 치우쳐서 너무 오랫동안 변화가 없다면 마음이 병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분이 나쁜 쪽으로 너무 치우쳐 져서 늘 쓸쓸하고 허무하고 무기력하여 일상적인 생활에 큰 지장이 있을 정도이면 우리는 그것을 ‘우울증’이라 부릅니다. 반대로 기분이 너무 좋은 쪽으로 기울어서 늘 기분 좋고 의기양양하고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자신이 잘난 사람이라고 큰 목소리로 주장만 한다면 우리는 이를 ‘조증’이라 하며 걱정합니다. 이런 병들은 다 마음이 조화롭게 변화하지 않고 한쪽으로만 쏠려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들입니다.

마음이라는 것은 참 이상합니다. 자시 자신은 자기 마음을 잘 모르는데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 사람의 마음이 보입니다. 예를 들면 약속 시간에 늘 늦는 친구는 여러 가지 변명을 둘러대지만 ‘저 친구는 나와의 약속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은 군’이라고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싫은 것을 좋아하는 척해도 얼굴에 그 표정이 드러나고, 실수 인척 위장을 해도 진심은 무엇을 말하려는지 남의 눈에는 보이는 것입니다. 무의식적으로 자기 마음을 감추고 싶어 하는데 은연중에 남의 눈에는 보이기 마련입니다. 카드놀이를 할 때 관찰력이 좋은 사람은 상대방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기만 해도 그 사람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고수입니다. 그런데 자신만 그 사람의 진심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반대로 상대방 또한 내가 모르는 나의 본심을 알아차리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마음이라는 것은 참 이상 합니다. 만약 현실감을 잃어버리고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고 있거나 아무리 틀린 마음이라고 얘기를 해 줘도 교정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면, 그리하여 그 틀린 마음속에 빠져들어 자신의 역할 수행에 큰 지장이 있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큰 어려움을 초래한다면, 우리는 이를 ‘망상에 빠져 있다’고 합니다. 망상에 빠져 있는 정도가 심하면 ‘정신이 분열되었다’고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이 현실감을 상실할 정도가 된다면 우리는 이것을 걱정하며 마음의 큰 병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상상이나 공상은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지만, 병적인 망상은 현실로 돌아오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 마음의 문제입니다.

마음, 참 이상한 것입니다. 그래서 열 길 물속을 아는 것보다 한 길 사람의 마음속을 아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하는 가 봅니다.

곽호순병원 원장
서선미 기자 meeyane@kyongbuk.com

인터넷경북일보 속보 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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