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역~대잠고가차도 개방에 맞춰 성분 등 분석 정밀조사 본격 착수···市, 결과에 따라 활용방안 재검토

11일 포항 도심에서 천연가스가 누출되면서 붙은 불이 7개월째 꺼지지 않는 가운데, 포항시는 가스전 주변에 방화유리와 안내판 등을 설치하고 불을 주제로 한 공원으로 조성했다. 김용국 기자.

포항 도심에서 천연가스가 누출되면서 붙은 불이 7개월째 계속 타고 있다.

불길은 지난 3월 8일 오후 포항시가 남구 효자역과 옛 포항역 사이 폐철도부지를 도시 숲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지하 굴착공사를 하던 중 땅속 200m 깊이에서 나온 천연가스에 불꽃이 붙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현장을 찾은 전문가들은 길어야 한 두 달 전후로 불이 꺼질 것으로 내다봤다.

화재 직후 포항시와 소방당국은 인력을 배치해 24시간 감시하기도 했지만 곧 강제 진화가 어렵다고 판단, 펜스를 설치해 출입을 통제하는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불이 꺼진 후 정밀 조사에 나서는 한편 활용 대책을 찾겠다는 입장이었다.

발화 보름 만에 불꽃 크기가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고, 관정을 파던 굴착기 틈으로 지하수가 솟구치면서 꺼질 시점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불은 예상을 훌쩍 넘겨 200여 일이 지난 현재도 활활 타고 있다.


결국 포항시는 이 일대를 아예 불을 주제로 한 공원으로 만들었다.

시는 3천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 불길이 치솟는 현장을 그대로 보존한 채 주변에 방화유리 등 안전시설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외부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고, 천연가스 분출 과정을 담은 안내판도 설치했다.

‘불의 정원’으로 명명된 공원은 다음 달 1일 폐철도 도시숲 조성사업의 첫 번째 공구인 효자역~대잠고가차도 구간의 정식 개방에 맞춰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시는 애초 불과 관련된 조형물을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이를 포기하는 대신 불길 아래 족욕탕을 만들어 휴식을 취하며 불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포항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가스공사와 협약을 맺고 가스 매장량과 성분 등을 분석하는 정밀조사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11일 포항 도심에서 천연가스가 누출되면서 붙은 불이 7개월째 꺼지지 않는 가운데, 포항시는 가스전 주변에 방화유리와 안내판 등을 설치하고 불을 주제로 한 공원으로 조성했다. 김용국 기자.
예상보다 불길이 오래 이어지면서 정밀조사의 필요성은 일찌감치 제기됐지만 조사에 드는 비용이 상당한 탓에 어렵사리 성사된 협약이었다.

조사에 드는 비용은 인력과 장비 등을 포함해 약 10억 원 정도로 3개 기관이 나눠 부담하기로 했다

김세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해저연구본부장은 “탄성파, 시추공, 물리 검침 등 여러 방법의 조사를 통해 대잠동 가스전의 잠재 자원량을 파악하고 향후 유망성까지 판단할 자료를 확보하는 게 이번 조사의 목적”이라며 “지난달 20일부터 본격 착수해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중간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조사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다시 마련하는 한편 시민들의 제안도 폭넓게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김응수 포항시 도시숲조성팀장은 “조사 결과에 따라 개발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테마가 있는 도시숲으로 조성하면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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