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억 원대 비자금을 만들어 사적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1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대구지방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속칭 ‘상품권깡’으로 31억여 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사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1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두해 12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전 9시 50분께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조사실로 향한 박 행장은 법무법인 율촌의 변호사 2명 입회하에 밤 10시까지 조사를 받고 서류 검토를 거쳐 자정 안에 귀가한다고 경찰은 밝혔다. 박 행장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박 행장은 경찰에 출두하면서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질문에 “경찰에 충분히 설명하겠다”고만 했다. 조성한 비자금을 자신의 아내가 사용했다는 의혹과 정치권으로 흘러갔다는 정황이 있다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장호식 수사과장은 “소환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2차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 박 행장과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박 행장이 법인카드로 30억여 원어치 상품권을 구매한 뒤 상품권판매소에서 평균 수수료 5% 정도를 떼고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한 뒤 개인 용도 등으로 쓴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상품권 대신 다른 물품을 구매한 것으로 허위 정산 서류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행장과 부속실 소속 등 핵심 부장급 간부 5명은 고객마케팅부에 배당된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했다. 예산관리지침에는 접착형 메모지나 볼펜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1만 원 미만의 홍보물만 고객사은품으로 살 수 있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고객마케팅부는 이를 숨기기 위해 상품권 대신 메모지나 볼펜 등을 실제 구매한 것처럼 속인 허위의 영수증을 증빙서류로 첨부했다.

박 행장 재임 시작 시점인 2014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33억여 원의 상품권을 구매한 뒤 이런 방식으로 31억여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은폐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5일 북구 칠성동 대구은행 제2본점 내 은행장실과 부속실, 박인규 행장과 핵심 부장급 간부 5명 등 6명의 주거지 등 12곳에 수사관 50여 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벌여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작업을 벌여왔다. 업무상 횡령과 배임죄를 적용해 박 행장 등 6명을 입건했으며, 법무부에 10월 말까지 출국금지를 요청한 상태다.
순회취재팀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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