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법원과 검찰 청사 전경. 경북일보 자료사진.
강원도 태백과 맞닿은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주민 A씨는 관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는데, 힘든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행정소송의 경우 집에서 승용차로 1시간 30분 이상 가야 하는 대구지법 안동지원이 아니라, 4~5시간 걸리는 대구지법 본원에서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전체를 쏟아부어야 해서 생업도 접어야 한다.

김용수 대구지방변호사회 안동지회장은 “행정소송뿐만 아니라 형사사건의 항소심, 국민참여재판, 개인회생 및 파산, 이혼 등 가사사건, 소년사건 모두 대구지법이나 대구가정법원 본원이 있는 대구로 가야 하는 탓에 소송을 포기하거나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등 사법서비스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공영진 대구고법원장이 지난 2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건의한 북부권 지방법원 신설을 위한 공론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대구법원 시민사법위원회와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오는 30일 오후 3시 30분 ‘대구·경북 시·도민과 함께하는 사법포럼’을 열어 북부권 지법 신설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재확인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새 정부가 지방분권 개헌·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주요 국정과제로 천명한 것과 맞물려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포럼에서는 강동원 대구고법 기획법관이 북부권 지법 신설 검토 배경에서부터 지법 신설의 필수조건인 인구수와 그에 따른 사건 수 등의 규모, 지법 신설에 따른 북부지역 발전상과 주민 편의성, 향후 추진방안 등을 설명한다.

김규원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북부권 주민의 사법 접근성 및 사법서비스 향상을 위해 북부권 지법 신설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김용수 대구변호사회 안동지회장은 북부권 주민들이 실제 생활에서 겪는 사법서비스 제약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김효신 경북대 로스쿨 교수의 사회로 마련되는 토론회에서는 김상철 경북도 정책기획관이 도청 이전에 따른 북부권 균형발전을 위해 청와대와 법무부, 대법원 등에 지속해서 북부권 지법 신설을 요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강금수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지방분권의 필수조건인 법률서비스 향상을 위해 북부권 지법 신설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울 예정이다.

지난해 3월 10일 경북도청이 이전한 이후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에 걸친 도청 신도시 인구가 1년 새 4.3배 늘었다.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맡는 사건 수도 점차 늘고 있다. 특히 경북도청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도 폭증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행정사건 재판은 대구지법에서만 소송을 제기하고 재판을 받을 수 있어서 도청 신청사와 115㎞ 떨어진 대구지법까지 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또 인구 518만 명의 대구·경북은 지방법원 수가 1개뿐인데, 인구 800만 명의 부산·경남은 3개에 달한다. 지방법원 수가 1개인 인구 361만 명의 대전·충남과 비교해서도 대구·경북의 인구수가 150만 명 정도 더 많은 실정이다. 특히 지방법원 수가 1개인 도 중에서 경북의 면적(19.909㎢)이 가장 넓다. 지방법원 수가 3개인 경남의 면적은 12.344㎢로 경북보다 훨씬 작다.

강동원 기획법관은 “국민의 사법 접근성 측면에서 보면 인구뿐만 아니라 법원과의 거리도 중요한 지표가 된다”고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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