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장 비자금 사건, 전·현직 지능범죄수대장 간 법리공방 예고 ‘눈길’

31억 원대 비자금을 만들어 사적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1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대구지방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31억 원대의 비자금을 만들어 개인 용도로 쓴 혐의를 받는 박인규(63) 대구은행장이 경찰 총경급 지능범죄수사대장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를 선임해 눈길을 끈다. 수사를 맡은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국내 최대 단일 수사부서인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총경) 출신 변호사 간에 이뤄지는 창과 방패 싸움이 돼서다. 검사 출신의 법무법인 율촌의 임황순(43·연수원 36기) 변호사도 선임했다.

박 행장이 선임한 율촌의 김청수(44·연수원 33기) 변호사는 경주 출신으로 경주고와 영남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제 43회 사법시험에 합격 후 2005년 특채로 경찰에 입문했고, 서울 동대문경찰서 수사과장을 시작으로 서울경찰청 수사2계장,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문경경찰서장,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을 역임한 뒤 올해 법무법인 율촌의 파트너 변호사로 영입됐다.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을 밝혀내는 것이 최대 쟁점이어서 경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법리 싸움이 예상된다.

김청수 변호사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을 하면서 쌓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박 행장 변호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박 행장이 2014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법인카드로 33억 원 어치 상품권을 구매한 뒤 상품권판매소에서 평균 수수료 5% 정도를 떼고(업무상 배임) 현금화 해 31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개인 용도 등으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오전 9시 50분 출두한 박 행장을 다음날 새벽 2시께까지 16시간 동안 조사한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비자금 사용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9월 5일 대구은행 제2본점 등 12곳을 압수수색 해 입수한 비자금 장부 등에 대한 분석 자료도 제시했다.

박 행장 측은 비자금 조성 사실은 대체로 인정했지만,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없다면서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회사를 위해 썼다는 논리다. 강신욱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어떤 피의자든 혐의를 부인하는 게 당연하다. 박 행장의 범행에 대한 증거자료를 축적하고 있다”면서 “박 행장을 추가로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31억 원대 비자금을 만들어 사적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1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대구지방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지역 한 법조계 관계자는 “회사의 의사결정과 관계없이 상품권깡을 통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데다 개인적으로 비자금 일부를 썼다면 당연히 횡령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일반 기업에서도 관행적으로 공식 예산 항목 외에 드러내놓고 쓰기에 곤란한 경우 현금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쓰는 경우가 있는데, 직원 격려금이나 경조사비 등으로 썼다면 무조건 횡령죄를 적용할 것이냐는 문제가 생기는데,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지역의 변호사는 “지난 5월 대법원이 131억 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석채 전 KT 회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내면서 ‘비자금 전부가 개인적인 경조사비나 유흥비 등으로 사용됐다고 단정할 수 없고, 전체 비자금 중 개인적 목적과 용도로 지출된 금액을 따로 나눠 특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낸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순회취재팀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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