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수송 시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마련된 벤츠 구급차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1년 당시 소방청은 원격 화상진료시스템을 장착, 응급의료기관과 화상통화를 통해 응급 처치가 가능한 벤츠 구급차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후 사용 빈도가 일반 구급차보다 현저하게 떨어지고 수만㎞도 사용하지 않은 채 폐기돼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벤츠 구급차의 경우 차량값만 평균 1억5천여만 원으로 일반구급차보다 2배 비싸다.

수리비용도 일반구급차 1대의 년간 수리비용이 109만 원인 반면 벤츠 구급차는 360만 원으로 3배 이상이다.

이처럼 많은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경우 배치된 7대 전부 지난 8월 모두 폐기됐다.

벤츠 구급차를 포함한 구급차는 도입된 지 5년이 초과하거나 운행 거리가 12만㎞에 도달한 경우 폐차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폐기에 앞서 벤츠 구급차를 사용 건수도 일반 구급차보다 현저히 떨어져 예산만 낭비됐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 중부서의 경우 지난 2011년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7만㎞밖에 주행하지 않았지만 폐기 수순을 밟았으며 올해 출동 건수는 없었다.

수성서는 지난해 일반구급차 출동 건수가 2천365건이지만 벤츠 구급차는 단 1건에 불과했다.

달서서도 역시 일반 구급차 출동 건수가 2천781건이었지만 벤츠 구급차 출동 건수는 27건에 그치는 등 출동 건수가 현저히 낮았다.

도입 당시 명분이었던 원격 화상진료시스템 사용 건수도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방서 관계자는 “폐기 시기가 다가와 예비차로 지정한 경우가 많았다”며 “출동 건수가 적은 것은 예비차량으로 빠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벤츠 구급차를 도입한 이유가 원격 화상진료장비 때문인데, 이마저도 실제 이용률이 매우 저조하다”고 날을 세웠다.

또 “벤츠 구급차 활용도를 사전에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무작정 도입한 결과 혈세만 낭비됐다”며 “향후 고가의 소방장비를 도입할 때는 국내 소방환경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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