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녹음테이프가 돌아가고 있다

박쥐난이 침묵에 들러붙어 산다

이것밖에 없는 방에선/이것만이 생존법

침묵에/물 줄 시간

눈 감는 소리와 굳어가는 혀조차/조심할 것

잠자코/까맣게 시든 채 돋아나는 이파리

침묵과 죽음 사이/그 마지막 모퉁이에 박쥐난이 붙어 있다

텅 빈 녹음테이프가 돌고 있다





감상) 텅 빈 고요가 흐르고 있다. 시계초침 소리를 따라 검은 침묵이 흐르고 있다. 나도 흐르려고 텅 비운다. 침묵한다. 물살에 몸을 맡긴다. 먼 산은 가까워지지 않고 추, 형, 말…… .기다리는 것들은 아무 것도 다가오지 않는다. 흐르는 것은 정지된 움직임일지도 모른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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