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날 앞두고 만난 헌병대 장교출신 성서경찰서 신당지구대 장혜영 경장

육군 헌병대 장교 출신인 대구 성서경찰서 신당지구대 장혜영 경장이 17일 오후 소아암 환아에게 기부할 2년 기른 머리카락을 자르고 난 뒤 활짝 웃고 있다. 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17일 오후 3시께 대구 달성군 다사읍 한 미용실에서 만난 장혜영(38·여)씨는 허리춤까지 뻗은 생머리를 단발로 싹둑 잘랐다. 30㎝ 정도 길이의 머리카락 뭉텅이를 움켜쥐었다. 2년간 기른 머리카락을 잘랐는데도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녀의 소중한 머리카락은 소아암 환자 가발 만드는 데 쓰라며 백혈병소아암협회에 직접 가져다 줬다. 장씨는 "7살 아들과 3살 딸을 키우는데, 아픈 아이들이 내 자식 같아 머리카락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머리카락이 길어서 무거웠는데, 오히려 홀가분하다"고도 했다. 고교 시절 시작한 헌혈 기록만 61차례에 달하고, 월드비전을 통해 남아메리카 어느 나라에 있는 3살 아이에게 6년간 매달 3만 원씩 후원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경찰이 생긴 지 72돌을 맞은 경찰의 날(10월 21일)을 앞두고 만난 장씨는 주민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관이다. 대구 성서경찰서 신당지구대 관리반 경장이다.

8년 차 경찰관인 그녀는 "경찰 제복을 입고 조직에 몸담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기쁘다"면서 "치안 최일선에서 주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고교를 졸업한 그녀는 학급반장과 부반장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리더십이 강했다. 친구와 버스정류장에서 맞닥뜨린 ‘바바리맨’까지 쫓아낼 정도로 정의감이 가득했다. 제복을 입는 게 꿈이었던 그녀는 1998년 대구대학교 경찰행정학과 1기로 입학했다.

그런데, 경찰이 아닌 군인의 길로 들어섰다. 3사관학교 교수인 김상균 교수가 수사학 겸임교수로 강단에 섰고, 현역군인이었던 김 교수의 영향을 받았다.

▲ 육군 헌병 장교 근무 시절 장혜영 경장
2003년 학사장교 여군 48기로 소위로 임관한 장 경장은 전국에서 딱 5명 뽑는 육군 헌병 장교가 됐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육군 51사단 헌병대대에서 근무한 그녀는 3년간 소대장과 참모 등을 거쳤다. 군에서는 일종의 경찰이 헌병인데, 이미 군 시절 수사와 요인경호, 교도소 운영, 교통관리 등의 실무를 경험한 것이다.

같은 군인이었던 지금의 남편과 2005년 결혼하고 이듬해 중위로 제대했다.

어릴 때부터 품은 ‘제복의 꿈’이 다시 꿈틀거렸다. 대학 시절 전공도 되살리고 싶었다. 다행히 시부모님과 남편이 응원했다.

육군 헌병 장교 근무 시절 장혜영 경장
3년 공부 끝에 2009년 마침내 그녀는 대한민국 경찰관이 됐다. 장 경장은 "제대 직전 동원훈련을 마치고 화성경찰서장 표창을 받았던 그 기억이 나를 경찰직으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된 그녀는 펄펄 날았다. 인천 중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근무 당시 알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 노르웨이 국방장관 태국 탁신 전 총리 등 굵직한 외빈 경호 업무를 하면서 군 시절 경호 업무를 하며 쌓은 노하우와 능력을 한껏 발휘하기도 했다.

장혜영 경장은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군인이나 경찰이라고 한다.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라도 정의롭고 정직한 경찰관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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