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만 2천억 쏟아 붓고도 피해목 4년 전보다 2배 이상
부실·늑장 방제가 피해 키워···산림청 국감서도 문제 지적 잇따라

소나무재선충으로 말라죽은 소나무
소나무 재선충병이 민간인통제선 이북의 인접 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기관과 지자체의 부실한 방제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림청의 ‘소나무재선충병 특정감사 결과 및 조치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소나무재선충병이 급속도로 확산된 이유는 각 지자체들이 감염의심목을 벌채 후 그대로 방치해 매개충의 산란처로 제공하는 등의 잘못을 되풀이하면서 피해 범위를 확산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완전방제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소나무재선충 방제작업에 투입된 예산은 1천926억 원으로 4년 전의 330억 원보다 3배 가량 늘었지만 피해목은 114만7천 그루로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4년 전 보다 2배 이상의 수치라는 것.

특정감사 보고서는 소나무재선충병이 급속도로 퍼져나간 2013, 2014년 산림청 소속기관과 지자체들이 어떻게 방제실패를 초래해 피해 범위를 확산시켰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구미시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13그루의 피해고사목과 감염의심목을 벌채만 하고 현미경 검사, 감염확증검사 등 검경을 하지 않았으며, 벌채한 고사목은 파쇄나 훈증, 소각 등의 방제조치를 하지 않은 채 방치해 재선충병의 피해확산 초래했다.

구미시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소나무류 반출금지구역 이외 지역인 도계면, 옥성면에서 재선충병 감염의심목 13그루를 발견했지만 감염의식목에 대한 검경 의뢰를 하지 않아 해당 지역은 반출금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결국 구미시는 212필지 682ha에 소나무류 벌채를 포함한 숲가꾸기를 실시하고 방제조치 없이 벌채산물을 방치해 매개충의 산란처 제공함으로써 재선충병의 확산을 초래했다. 이 지역은 한동안 재선충병에 무방비로 노출됐다가 지난해 3월이 돼서야 뒤늦게 소나무류 반출금지구역으로 지정돼 구미시가 늦장 대처를 하는 동안 피해범위를 키운 셈이다.

피해 극심 지역인 안동시는 소나무류 반출금지구역내에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산지전용을 하도록 허가했다. 벌채목은 반드시 파쇄하는 조건으로 승인했으나 한국철도시설공단은 파쇄조치 없이 소나무를 벌목했고 방치된 소나무에는 매개충인 북방수염하늘소의 침입공이 발견되는 등 매개충의 산란처로 이용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의 방제업무 소홀도 지적됐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지침에 의하면 정확한 재선충병 진단을 위해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매년 진단기관 검경원을 대상으로 전문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으나 2013년부터 2014년까지 검경원에 대한 교육실적은 전무했다.

이 밖에 재선충병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제전략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기초연구는 매개충의 분포지역 조사와 생리·생태연구이나 2014년 이전까지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으며, 매개충인 북방수염하늘소에 대한 전국단위의 정밀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가 이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2014년이 돼서야 연구가 이뤄졌다.

국회 산림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보고서는 재선충병 확산 원인이 정부기관의 방제수칙 미준수로 인한 방제실패였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매개충 연구와 방제기술 발전에 연구역량을 투입해 재선충병 재발방지와 신규발생을 차단하기 위한 정책에 연구 성과를 조속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도 “지난 5년 간 시행된 총 56건의 역학조사를 분석해 본 결과 무려 33건이 인위적 요인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양승복 기자
양승복 기자 yang@kyongbuk.co.kr

경북도청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