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률적인 지명 위주로 표시···남포항IC·영일만대로 이용
포항시 진입하려다 낭패 일쑤···주요 시설·명소 찾기도 힘들어

포항시 영일만대로에 설치된 표지판이 포항시 주요 시설이나 명소 대신 일률적인 지명으로 표기돼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운전자 불만이 제기된다. 정승훈 기자.
지난 추석 연휴 부산에서 울산포항고속도로를 이용해 고향인 포항을 찾았던 김정운(38) 씨는 표지판을 따라 운전했다가 한참을 헤맸다.

고향 집이 있는 북구 죽도동으로 가려면 포항 시내 방면으로 빠져야 했는데, 설치된 표지판에는 ‘연일’만 잇따라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고속도로에서 남포항 IC를 빠져나와 대송교차로~우복교차로~인주교차로까지 설치된 표지판에서 김 씨는 포항의 주요 시설물이나 명소 등을 찾을 수 없었다.

속도를 줄이며 멈칫거리던 김 씨는 표지판에 ‘경주’, ‘청송’ 등이 연이어 나타나자 더 헷갈렸고 결국 내비게이션에 의존, 한 갈림길에서 빠져나와 연일읍 일대를 한동안 거치고 나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김 씨는 “표기된 곳이 ‘연일’, ‘대각리’, ‘포항철강공단’, ‘살계실’ 정도가 전부여서 포항 시내로 가는 길을 찾기 힘들었다. 헷갈리지 않게 포항의 주요 시설물 등을 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울산포항고속도로 개통 후 남포항 IC를 거쳐 영일만대로를 이용해 포항 시내 방면으로 진입하는 차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도로안내 표지판은 일률적인 지명 중심으로 표기돼 길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포항시청이나 KTX 포항역, 시외버스터미널 등 주요 시설명이 적힌 표지판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18일 포항국토관리사무소에 따르면 남포항 IC에서 연일읍 형산교차로까지 약 9㎞ 구간에 설치된 방향 표지판은 24개에 이른다.

그 중 ‘포항’이 표기된 표지판은 형산교차로에 이르러야 찾을 수 있다.

초행자가 표지판에 의지해선 곧바로 포항 주요 시설이나 대표 관광지를 찾아가기 힘든 셈이다.

호미곶이나 구룡포를 들렀던 관광객의 불편도 마찬가지다.

포항 IC나 남포항 IC로 가려면 동해교차로에서 영일만대로로 들어서야 하지만 이를 지나쳐 포항 시내 방면으로 진입해 한참을 우회하는 등 낭패를 보는 일이 빈번하다.

불편을 겪은 운전자들이 수시로 민원을 접수하지만 교체나 변경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명확한 오류가 아닌 이상 그대로 관리되기 때문이다.

비용 문제도 있다.

도로 안내 표지판은 수정에 1건당 최소 30~50만 원이 들고, 표지판 교체는 최소 1천여 만 원이 들지만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포항국토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표지판의 글자수나 연속성 등을 지키려면 모든 정보를 담기 어렵다”며 “지속적으로 민원이 접수되면 포항시와 협의해 별도로 소형 표지판을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교체나 변경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근래 개통된 울산포항고속도로나 KTX 포항역 등 운전자 다수에게 실제 도움이 될 만한 정보 역시 같은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

운전자를 위해 설치한 표지판이 지역의 도로 사정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지 않은 이상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이는 이유다.

도로교통공단 경북지부 관계자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보편화되면서 표지판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줄었지만 표지판은 그 자체로 충분히 길잡이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관리 당국은 운전자 편의를 가장 우선으로 고려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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