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제적 수사기능 강화

대구고검 검사들이 확 달라졌다. 검찰에서는 ‘한직’으로 분류되는 데다 지검 검사와 같이 직접 수사에 나서는 경우도 드물어 세월만 낚는다는 게 고검 검사들에 대한 편견이었다.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지검에서 불기소 또는 기소유예 처분한 사건에 대해 항고장이 들어오면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될 경우 재기수사명령을 내려 지검에서 다시 수사하도록 하는 게 일반적인데, 고검에서 직접 수사해 처리하는 비율을 크게 높였다는 것이다. 고등법원처럼 진정한 2심제적 수사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이를 ‘직접경정’이라고 부르는데, 대구고검의 지난해 직접경정률은 61.2%(112건), 올해 1~9월 기준 64%(86건)다. 전국 5개 고검 평균이 지난해 39.4%, 올해 9월까지 36.9%인 점을 고려하면 월등한 수치다. 항고사건 중 재기수사명령을 내리면서 지검에 시키지 않고 고검 검사들이 직접 처리한 건수가 10건 중 6건 이상이라는 뜻이다. 항고사건 중 재수사(재기수사)에 들어가는 사건은 9.8% 정도다.

실제로 경찰이 유죄가 인정돼 재판에 넘겨달라는 의견을 달아 송치한 사건 피의자에 대해 대구지검이 기소유예 처분했는데, 피해자의 항고장을 받은 대구고검은 해당 피의자를 불구속 기소했다. 대구고검은 대구지검으로부터 특수상해 혐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수의사 이모(50)씨에 대한 피해자 박모(50) 수의사의 항고장에 대한 검토를 거쳐 지난달 27일 이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직접 재판에 넘겼다.

이종대 대구고검 차장검사 직무대리는 “수의사 특수폭행 사건은 지검에 내려보내지 않고 고검 검사가 직접 기소한 사례”라면서 “항고사건을 다루는 부장급 이상 검사 6명이 고검의 역할을 강화하고 시민 편의를 돕는 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9월부터는 재기수사명령을 하면서 사건을 지검이나 지청으로 돌려보내는 경우라도 고검 검사급으로 구성된 대구지검의 중요경제범죄조사단에서 해당 사건을 일괄 수사하도록 조치도 했다. 권도욱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은 “지난주부터는 지검뿐만 아니라 지청 항고사건도 재기수사명령이 내려지면 중요경제범죄조사단에서 수사하게 됐다”면서 “현재 1건의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지만, 앞으로 처리량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구고검은 사건 수사와 결정 과정에 시민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이미 구성한 검찰시민위원회와 항고심사회를 활성화하고 있다.

변호사, 회계사, 노무사, 변리사, 시민단체 구성원 등 21명으로 꾸린 항고심사회는 피해 금액이 많고 첨예하게 다투고 있거나 다수가 관련된 사건인 경우 해당 사건을 회부해 처리하고, 검찰 간부(검사, 4급 이상 일반직)에 대한 사건이나 중요 항고사건에 대한 심사 및 산하 지점·지청 건의 사건에 대한 심사는 15명으로 구성한 검찰시민위원회가 맡고 있다.

이종대 차장검사 직무대리는 “대구경찰청과 대구지검 서부지청이 불기소 처분한 이후 항고장이 들어온 대구의 40대 학습코칭센터 원장과 여중생 성관계 사건을 항고심사회나 검찰시민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려 심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철규 대구고검장은 “15년 이상 풍부한 경험을 지닌 고검 검사가 재기수사명령을 내리고 직접 수사하면서 고소인 등이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게 됐다”면서 “대구고검이 진정한 2심제적 기능을 강화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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