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틈에 나무가 자라고 있다. 풀꽃도 피어 있다.

틈이 생명줄이다.

틈이 생명을 낳고 생명을 기른다.

틈이 생긴 구석.

사람들은 그걸 보이지 않으려 안간힘 쓴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에게 팔을 벌리는 것.

언제든 안을 준비 돼 있다고

자기 가슴 한쪽을 비워놓은 것.

틈은 아름다운 허점.

틈을 가진 사람만이 사랑을 낳고 사랑을 기른다.

꽃이 피는 곳.

빈곳이 걸어 나온다.상처의 자리.

상처에 살이 차오른 자리.

헤아릴 수 없는 쓸쓸함 오래 응시하던 눈빛이 자라는 곳.




감상) 반쯤 열린 창으로 먼 산이 들어온다. 산 속의 새들과 바람과 바람소리와 지나간 사람의 웃음소리도 같이 들어온다. 나는 그 틈으로 새들을 보고 바람을 느끼고 누군가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커튼을 내리면 순식간에 사라질 하늘 속으로 막막한 오후의 적요를 맛본다. 한 여자가 창을 스쳐 지나간다 창문은 여전히 환하고 나는 준비도 없이 깜깜해진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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