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얼마 전 동료들과 점심을 하면서 ‘한국인만 모르는 세 가지’가 새삼 화두로 떠올랐다.

먼저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이웃인 일본을 인정하지 않으며, 중국을 무시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한국인들이 얼마나 위험한 대치 상황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져보면, 잘 사는지 아닌지는 어느 쪽을 보느냐에 따라 견해를 달리할 수 있다. 복지에서 일자리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외국인들에게 비친 경제력으로 보면 분명 한국은 성공한 나라임이 틀림없다. 6.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이른 것을 보고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을 부러워할 만도 하다. 70년대 초반까지 만 하더라도 장충체육관 하나 지을 돈이 없어 필리핀 자금을 빌려 와서 건물을 완공했으며 5~6월이면 양식이 고갈돼 고픈 배를 움켜잡고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

두 번째 한국인이 모르는 일관 관련해서는 일본이 저지른 역사적 만행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일제 치하 36년 동안 저지른 적폐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일본식 성명 강요부터 식량 수탈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일본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진실을 부정하면서 생떼나 쓰고 억지를 부리는 그런 이웃을 어떻게 인정해 주고 싶겠나. 중국도 북한을 도와 인해전술로 남한과 연합군을 밀어붙인 그때의 악몽들을 잊지 못한다.

세 번째는 북한 김정은이 핵실험을 하고 연일 ICBM을 쏘아 올리며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은 살벌한 상황이다. 외국인들의 눈에는 우리가 아주 위험한 ‘동네’에 살고 있는데 정작 본인들은 위기의식과 불안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대구시민이 잘 모르는 세 가지도 있다.

첫째, 대기업 본사인 현대로보틱스가 지역에 둥지를 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둘째, 서문시장 야시장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셋째, 대한민국 근대사에서 불의에 맞섰던 저항운동의 본거지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의 지주회사다. 산업용 로봇 국내 1위, 세계 7위 기업으로, 올해 8월 기준 시가총액이 7조2천억 원이 넘는다. 그 기업의 본사가 대구 국가산업단지에 있다. 당초 중국으로 본사를 옮기려 했던 것을 대구시가 유치한 것이다.

지난해 6월에 개장한 서문시장 야시장은 세계적인 야시장으로 우뚝 섰다. 서문시장 야시장이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뉴스, 커뮤니티 등 SNS 점유율에서 대만과 홍콩 등 세계적인 유명 야시장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소셜 분석 시스템 전문 조사 기관의 분석 결과다. 그런데도 혹시 시민들은 서문시장이 그냥 좀 인기가 있는 정도로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금, 토요일이면 하루 평균 5만 명, 평일은 3만여 명이 찾아오고 있다.

애국, 애족의 산실인 대구에는 시인 이상화가 있었고, 고향은 안동이지만 대구에서 항일운동을 한 이육사도 함께 했다. 나라 빚을 갚기 위해 국채보상운동을 처음 시작한 곳도, 불의에 분연히 일어섰던 2.28 민주운동의 횃불을 치켜든 곳도 대구다. 자랑스러워하고 자부심을 느낄 만하지만, 그 소중함을 알고 일리는데 인색하다.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박무환 기자 pmang@kyongbuk.com

대구취재본부장. 대구시청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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