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저고리를 늘리러 간 길
젖이 불어서 안 잠긴다는 말에
점원이 웃는다
요즘 사람들 젖이란 말 안 써요
뽀얀 젖비린내를 빠는
아기의 조그만 입술과
한 세상의 잠든
고요한 한낮과
아랫목 같은 더운 포옹이
그 말랑말랑한 말 속에
담겨 있는데
촌스럽다며
줄자로 재어준 가슴이라는 말
브래지어 안에 꽁꽁 숨은 그 말
한바탕 빨리고 나서 쪽 쭈그러든 젖통을
주워 담은 적이 없는 그 말
그 말로 바꿔달란다
저고리를 늘리러 갔다
젖 대신 가슴을 바꿔 달다
감상) 추억을 묻어버리는 말, 묻고 다시는 못 꺼내보게 하는 말, 궁금해도 물어볼 수 없는 말, 물어보면 아줌마 같애, 핀잔이 돌아오는 말, 그래도 버릴 생각은 절대 안 한다 벌써 50년째다(시인 최라라)
- 기자명 임현정
- 승인 2017.10.22 17:31
- 지면게재일 2017년 10월 23일 월요일
- 지면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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