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검, ‘개목줄’ 학대 치사 계모·친부에 징역 25년 구형

“저승에서 경진이(가명)를 만나 용서 빌겠습니다. 다음 달 돌이 되는 딸이 있습니다. 딸에게 빨리 돌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징역 25년을 구형받은 숨진 아이의 아빠 박모(22)씨는 공범이자 재혼한 아내 박모(22)씨와 사이에 낳은 딸을 더 걱정했다.

계모 박씨 변호인은 “스트레스를 풀 대상이 경진이 밖에 없었다”면서 “지능지수가 72에 불과한 피고인은 남편의 가정소홀, 경진이 생모에 대한 분노, 스트레스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 불우한 어린 시절과 지적 수준, 미성숙함 등을 참작해 선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사는 “숨진 아이의 양육 1차 책임자인 남편 박씨는 계모에게 떠맡기고 아이를 월 1~2회 정도만 살필 정도로 방치하고 본인 쾌락에만 집중해 계모가 개 목줄을 채우는 끔찍한 범행의 촉매제가 됐다”면서 “이 때문에 만 37개월의 경진이는 키 87㎝에 몸무게 10.5㎏의 비정상적으로 마른 상태에서 개 목줄에 묶여 숨졌다”고 지적했다.

또 “경진이는 목줄이 채워지면 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 만큼 일체의 반항도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였고, 불이 꺼진 어두운 방에 방치돼 개 목줄에 감긴 채 구해주기만 기다렸을 그 순간에도 피고인들은 술에 취해 있었다”며 “아동학대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피해자의 사망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징역 25년 구형 이유를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4시 30분 대구지법 서부지원 33호 법정에서 서부지원 제1형사부(조현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씨 부부에 대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결심공판의 모습이다.

부부는 경진이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데다 거실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애완견 마르티스가 차던 115㎝ 길이의 개 목줄을 채워 침대 모서리에 묶은 뒤 술을 마셨고, 경진이가 개 목줄 때문에 질식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이에게 음식을 주지 않고 매질을 한 혐의도 받았다. 숨진 경진이를 발견하고도 7시간 후에 119에 신고하면서 범행을 숨기기도 했다. 둘 사이에 낳은 당시 8개월 된 딸에게는 학대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드러난 친부와 계모의 학대 행위는 더 처참했다. 박씨는 2014년 12월 경진이를 낳은 뒤 전처와 이혼했고, 계모 박씨와는 2015년 6월 혼인신고를 했다. 박씨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마트에서 일하면서 BMW 승용차를 몰고 다닐 정도로 부유했다.

박씨는 아들 경진이가 밥은 제때 먹었는지 예방접종은 제대로 했지 관심조차 없었고, 계모 박씨는 경진이의 기저귀조차 제대로 갈아주지 않아 항문에 괴사가 생겼는데도 내버려뒀다. 멀리 여행을 갈 때도 개 목줄을 채운 뒤 빵과 음료수만 놔뒀다고 했다.

계모 박씨는 “아이의 친모가 나를 유부남과 바람났다고 소문을 내는 등 괴롭혔고, 남편도 나를 괴롭혀 경진이를 학대했다. 경진이가 꼴도 보기 싫었다”고 했다. 그녀는 남편에게 “더는 경진이를 양육할 수 없다. 잘 먹여서 통통하게 살을 찌워 시설에 보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 달 9일 오전 10시 대구지법 서부지원 33호 법정에서 열린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