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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지난 주말 성모당 가는 길에 생전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반월당 어디로 가면 되는가?” 묻는다. 이리저리해서 가면 된다고 손짓하며 가르쳐 주니 고맙다고 말하고는 총총걸음으로 그쪽으로 간다. 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말을 섞고 표정까지 나누었으니 또다시 대면할 일은 없지만 보통 인연은 넘친다고 넋두리해본다. 한순간 스쳐 가며 만남도 번개 인연이며 소중하다. 일전에 퉁명스럽게 대한 적이 있어 타이밍을 안 놓치고 친절하게 대했다.

걷거나, 버스 타거나, 도시철도를 타면 수많은 사람을 내 주위에서 만난다. 바로 옆 자석이나 마주 보면서 갈 때도 있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도 있지만, 처음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같은 세대를 더불어 사는 인간은 모두가 인연이며 사회적인 동물로 따라 배운다. 많은 사람 모이는데 가면 학습효과도 대단하다. 희한하게 미리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장소, 시간에 스치는 많은 사람을 보고 번개 인연으로도 엮긴 신비한 인간 세상이다.

한순간이지만 스치는 만남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축 늘어진 맥 빠진 모습보다는 밝은 표정과 환한 모습으로 상대를 대하면 얼마나 좋은 인상이 남을까 생각을 해본다. 부딪친다고, 쳐다본다고 눈을 부릅뜨고 대들 듯 공포감을 주지 말고 자리도 양보하고 승강기 여닫이도, 출입문도 여는 미덕으로 주위를 편하고 포근하게 하자.

만남에는 의도적이고 공식적인 만남도 있지만, 비공식적인 우연의 만남이 대부분이다. 잠자리에 일어나면서 가족들과의 만남에서부터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수많은 사람을 대면하며 스쳐 간다.

번개처럼 잠깐 대면하는 인연도 불쾌감 주는 말투와 몸가짐은 하루 기분을 망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라고 다정다감한 언어구사와 예쁜 몸가짐이 사랑을 풍기며 행복을 준다. 첨단시대 요즈음 마음만 급하고 몸뚱어리만 바쁘다. 따지고 보면, 누구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살기에 분주하게 돌아다니니 신경 좀 쓰자.

인연 중에도 으뜸인 하늘이 맺어준 부부도 인생을 되돌아보는 환갑이 되면 더 잘해야 부부로 살아남는다고 한다. ‘천 길 물속은 알아도 30cm 한 자도 안 되는 사람 속은 모른다’고 언제 사라질 줄 모르는 ‘웬수’라고 부르며 한솥밥을 먹으며 자식의 끈 때문에 마지못해 사는 부부도 상당하다니 가슴이 아프다. 이 꼴 저 꼴 안 보고 혼자 내 맘대로 하며 살거나, 마음 맞혀주는 애인 따라 황혼이혼도 느는 추세니 골치 아픈 사회문제다.

늙는 것도 서러우며 서로 도움받아야 할 처지에 다투거나, 깐족 되지 말고 백년해로 부부애 돌파하자. 우여곡절을 겪고 산전수전 거쳐 공들여 쌓아온 부부 인연인데 잘 추슬러 자식 세대까지 상처 안 된다. 피를 나눈 부모와 자식 간 천륜도 돈 때문에, 혼사문제로 서로 안 보며, 이웃사촌보다도 못한 껍데기만 부모 자식 관계인 통탄할 일도 있으니 나 자신보다도 상대방을 위해서 사는 방법도 가정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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