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제자 중 자로는 가장 용맹스럽고 걸출했다. 공자를 만나기 전에 불량배로 살았지만 공자의 제자가 된 뒤에는 충직한 제자가 됐다. 하지만 사람의 본성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 예전에 성격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자로에 대해 공자는 늘 근심했다. 공자는 사람들에게 “자로는 용기에서 나를 앞서지만 그것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른다”면서 “자로처럼 강직한 성품에 용맹이 지나친 사람은 제명에 죽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자로는 반란군 진압에 출동했다가 공자가 예측한 대로 죽임을 당했다. 죽음을 앞둔 자로는 “군자는 죽더라도 갓끈은 벗지 않는다”며 갓끈을 다시 묶고 죽었다. 자로가 살아 있을 때 어느 날 공자는 애제자 안희에게 말했다. “왕후에 등용되면 포부를 펼쳐 도를 행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땐 그저 가슴 깊이 묻어두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그것이 가능한 것은 나와 너 두 사람 정도일 것이다” 공자의 곁에서 안희에 대한 칭찬을 듣고 있던 자로가 공자에게 불쑥 물었다. “도를 행하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대군을 통솔하여 전쟁에 임한다면 스승님은 누구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포호빙하(暴虎憑河),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고, 맨몸으로 황하를 건너가다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 사람과는 함께 하지 않겠다. 반드시 면밀한 계획으로 병사를 신중히 움직여 승리를 이뤄내는 사람과 함께 하겠다” 공자는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거나 강을 걸어서 건너가는 등 헛되이 죽으면서도 여한이 없는 자와는 일을 도모할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용맹한 너와 함께 할 것이다”라는 스승의 대답을 기대했던 자로는 좀 섭섭했지만 누굴 꼭 찍어 말하지 않고 자신의 자존심을 지켜준 스승의 우회적인 대답이 고마웠다.

공론화위원회의 최종 결론으로 신고리 5, 6호기 건설이 재개되게 됐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에너지자원 불모지 나라에서 탈원전 선언과 함께 원전건설을 중단시킨 것은 ‘포호빙하’의 발상에 의한 대통령의 자충수였다. 지금 나라 안은 적폐몰이를 앞세운 포호빙하의 칼바람으로 살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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