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면서 기댈 곳이

허공 밖에 없는 나무들은

믿는 구석이 오직 허공뿐인 나무들은

어느 한쪽으로 가만히 기운 나무들은

끝내 기운 쪽으로

쿵, 쓰러지고야 마는 나무들은

기억한다, 일생

기대 살던 당신의 그 든든한 어깨를


당신이 떠날까봐

조바심으로 오그라들던 그 뭉툭한 발가락을





감상) 그녀는 이어폰을 꽂고 커피를 마시고 베이글을 먹는다. 어둑해져가는 저녁이 그녀의 이빨 사이에서 갈라진다. 그녀의 뽀얀 빰을 타고 별빛이 흐른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회색 조바심이 자란다. 아무 것도 의식하지 않는 그녀의 하얀 목덜미가 아름답다. 그녀가 되려고 나는 자꾸 그녀를 흘깃거린다.(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