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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경북생명의숲 상임대표·화인의원 원장
포항의 젖줄인 형산강 하구는 삼각주가 발달해 비가 조금만 내려도 죽도·해도·상도·대도(하도·분도) 등 다섯 섬마을이 뚜렷하게 구분되었고, 해안선을 따라 눈부신 은빛 명사십리가 펼쳐져 있었다. 여기에 칠성·양학·학산·두호천의 맑은 물이 도심을 굽이 돌아 영일만으로 흘러들었고, 아이들은 동빈내항에서 멱을 감으며 놀았다. 이렇게 과거 포항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나폴리에 전혀 손색없는 수려한 풍광을 간직했던 ‘물의 도시’이자 ‘항구도시’였다.

하지만 포항제철소가 건립되면서 형산강에 제방이 축조되고 동빈내항으로 흐르던 형산강 물길이 끊어지면서 다섯 섬마을은 우아하면서도 고혹적인 자태를 잃어버렸고, 도심 하천 또한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각종 오수와 오물이 여과 없이 흘러들면서 생태하천의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이때부터 도심 하천들은 심한 악취를 뿜어내고 각종 해충이 번식하는 죽음의 하천이 되었다. 포항시는 결국 이들 하천을 콘크리트로 덮었고, 이를 도로나 주차장으로 활용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돌이켜보면 당시 포항시민들은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그 삶이 너무나 고단했던 탓일까 여느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도심 하천이 주는 가치와 아름다움을 간과했고, 이를 소중하게 간직하거나 지키지 못했다. 그로부터 20~30여 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그 가치를 깊이 깨닫고 있다.

특히 지난 2005년 서울 도심을 흐르던 청계천이 복원되면서 포항에도 도심 실개천이 조성되는 등 이때부터 도심 하천 복원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작금에 전국의 여러 지자체도 도심 하천 복원에 팔을 걷어븉아고 있다.

다행히 포항에서도 도심하천 복원사업이 성숙되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복원사업의 제1 전제인 오·우수를 분리하는 하수관거사업도 내후년이면 완료된다고 한다. 지난 3월에는 칠성천에 물고기가 사는 등 수질도 좋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포항시도 이러한 여건에 힘입어 칠성천 등 4개 하천 4.9Km 구간을 복원하기 위해 현재 도심 하천 복원 용역을 진행 중에 있고, 오는 2025년까지 복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기왕에 이보다 더 많은 시간과 예산과 열정을 투입하여 더 완벽한 생태복원이 이루어지는 포항의 10~20년 장기프로젝트로 만들 것을 주문해본다.

더 늦기 전에 도심 하천을 복원해야 하는 가치는 매우 크다. 먼저 도심을 관통하는 생태하천은 바람길 역할로 여름철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한다. 사실 청계천 복원 후 주변 온도가 실제로 2~3도씩 떨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친환경적인 도심 공간이 조성되어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아울러 포항의 닫혔던 역사와 문화를 되살려 친환경 문화도시로 진화시키는 것은 물론 도심재생에도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등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지대하다.

콘크리트에 갇힌 도심하천을 복원하자는데 반대할 시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수많은 시민의 이해관계가 얽힌 대단히 복잡한 난제이다. 청계천 복원사업에서 보았듯이 주변 주민·상인들과 수백 수천 번의 대화와 설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간에 걸쳐 시장이 바뀌어도 포항시정의 최우선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사업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도심하천 복원운동’이 전개되기를 기대해본다. 왜냐하면, 이 사업은 막대한 예산만큼이나 포항시와 시민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지속적인 관심과 열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형산강이 포항의 젖줄이라면 도심하천은 산소를 공급하는 생명줄과 같다. 물은 만물의 생명의 근원이다. 포항의 도심하천 복원운동은 포항의 생명을 살리는, 포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근원적인 운동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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