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조 경산시장
미국 교육심리학자 엘리스 폴 토랜스는 여성적 덕목으로 여겨지는 감수성과 남성적 가치로 간주되는 독립성이 균형 있게 발달될 때 창의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다고 했다.

작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을 처음 의제로 제시했다.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기술 혁명으로 물리계, 디지털계, 바이오계 기술의 융합을 특징으로 한다. 오죽 변화가 많고 속도가 빠르면 혁명이라고들 할까?

최근 대통령 직속 민간기구로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발족되어 본격 활동에 들어갔는데 경산시 역시 올 초부터 전략과제를 선정하고 전담팀을 구성하여 과제별 협의체를 속속 구성하는 등 4차 산업혁명 선도도시로 걸음을 빨리하고 있다.

이 같은 빠른 기술혁명의 시기에는 특히 여성의 역할과 위상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여성의 창의성과 감수성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자 필수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의 성 격차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성 격차 지수는 조사 대상 144개국 중 116번째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조사방법에 대해 일부 논란이 있음을 감안 하더라도 우리 사회 실상을 어느 정도 반영한 수치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여성 진출이 많은 사무직과 행정직에서 자동화 등의 영향을 받아 일자리를 더 많이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경산시는 경북 도내 인구수 3위로 도약하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1995년 단 한 곳이던 산업단지가 3개 단지(356만㎡)로 늘면서 921개이던 기업은 3천232개로, 근로자는 3만6천여 명으로 늘어나는 등 산업도시로 성장을 거듭한 데 힘입은 것이다. 경산시는 이 같은 성과 위에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새로운 전략사업들을 올 1월부터 야심 차게 추진해 가고 있다.

창의지식서비스 행복도시를 지향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경산의 입장에서 볼 때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여성은 그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여성들의 감성, 인사이트가 활용될 가능성이 높고 소비 대부분을 여성이 결정하기 때문에 기업에서 결정 권한을 가진 높은 직급에 여성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유연성을 특징으로 하는 플랫폼기업 문화에서는 현재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에 있는 여성들의 발언권이 커지고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4차 산업혁명시대 경산시는 여성에 대한 배려를 정책의 맨 앞에 놓고 있다. 최근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여성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과정을 개설했다. 또한, 여성친화도시를 이끌어 나갈 시민참여단을 구성하고 건의사항을 시정에 반영하고 있다. 또한, 전국 지자체 최초로 ‘경산시 여성통계’를 작성하는 등 발 빠른 정책을 펴고 있다.

이제 상상했던 모든 것들이 현실이 되는 미래가 눈앞에 오고 있다. 우리의 생각과 문화를 기술의 속도에 맞춰가지 않으면 지난 세대에 어렵게 이뤘던 산업화의 성과마저 후퇴시키게 될지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을 순조롭게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 평등의 바탕 위에 모두가 창의를 잘 발휘할 수 있는 구조와 문화, 정책과 의식으로 함께 혁신해 가야 한다.

기술과 혁명의 시대에도 창의성은 희망의 미래이며 감성은 식지 않는 따뜻한 인성이다. 창의성과 감성을 모두 가진 여성들이 앞장서야 하는 새로운 혁명의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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