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돼지고기만 흘으면 몬사는 사람들이 좀 살기가 나을낀데…” 죽도시장 입구에서 음식점을 하는 아주머니가 혀를 차며 하는 말이다. 옛날에는 흔한 것이 오징어, 만만한 것이 돼지고기였는데 요즘은 오징어도 돼지고기도 값이 다락같이 올랐다며 한숨이었다. 울릉도 오징어위판장 경매에서 오징어 20마리가 든 한 상자가 9만 원 선이다. 지난 2015년에만 해도 상자당 2만∼3만 원대였는데 2년 만에 2∼3배가 올랐다.

포항과 영덕, 울진 바닷가 횟집에는 웃돈을 줘도 울릉도에서 들어오는 오징어 횟감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과거에는 돔이나 광어 등 고급 생선회를 주문하면 덤으로 오징어회를 맛보게 내놓을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웃돈 주고도 야들야들 달큰하게 씹히는 그 맛을 보기가 어렵게 됐다. 오징어가 아니라 시쳇말로 ‘금(金)징어’가 된 것이다.

울릉도 오징어 어획량은 2000년 초까지만 해도 연간 8000~1만여t이나 됐다. 하지만 2003년 7300여t, 2008년 5000여t 등으로 매년 줄어들다가 지난해에는 985t으로 5분의 1도 안 되게 확 줄었다. 15~20년 전만 해도 겨울 성어기가 되면 200여 척의 배가 바다로 나가 오징어잡이에 나섰다. 그야말로 울릉도 앞바다는 집어등 불빛의 어화(漁火)로 불야성을 이뤘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15~20척 정도가 고기잡이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이마저도 ‘만선의 꿈’은 오래전의 얘기란다. “울렁울렁 울렁대는 처녀 가슴/ 오징어가 풍년이면 시집가요” 하는 ‘울릉도 트위스트’ 노래 가사 속의 처녀는 시집가기가 영영 글렀다.

이렇게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는 것은 중국 어선들이 울릉도 앞 바다로 내려오는 길목인 북한 해역에 진을 치고 오징어를 싹쓸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 해역에서 오징어잡이를 하는 중국 어선 수가 2004년 140척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238척으로 늘었다.

다급해진 울릉군이 포항·경주·영덕·울진 등 4개 시·군에 오징어 어획량 감소에 공동 대응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이들 시군은 함께 중국 어선의 북한 수역 내 조업에 관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울릉도 오징어 잡이 복원도 서민대책이다. 정부 대책이 절실하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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