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처럼 햇볕이 쨍하길래 동네 서점에 갔어요
근엄한 자태의 스테디셀러를 지나
조금은 거만해 보이는 베스트셀러를 기웃거리다가
세 번째 노벨상 후보에 올랐다는 노 시인과 마주쳤어요
신상에 열광하는 요즘 사람들이라지만
시인만은 묵은 골동품이 좋다는 건지
나 또한 꽤나 알려진 시인에게 먼저 눈이 가는데요
세계에서 시인이 가장 많은 나라
미개발 시인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인공화국에선
시의 주변을 잠깐 알짱거리기만 해도
시인 되고 싶으세요?
친절하게도 시인공장 공장장들께서 명함을 내미는데요
계절상품이나 기획상품은 그렇다 치고
유사품은 처음부터 만들지도 말고
불량품은 리콜을 고려해보심이 어떨지요
덕분에 시인이 아니면 이 나라 국민이 아닌 날이 곧 올 거예요
감상)가을이면 단풍이 들고요 그 단풍 보려고 단풍보다 더 고운 옷 입고 몰려드는 사람들 보셨어요. 단풍이 사람들 구경하는 거 보셨어요.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그 아래에서 사진을 찍고요. 사람들은 자기가 배경이 된 줄도 모르고 주인공처럼 웃고요. 시인도 그렇게 사진을 찍고요.(시인 최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