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그늘이 너무 크게 들어 아주 베어버린다고
참죽나무 균형 살피며 가지 먼저 베어 내려오는
익선이형이 아슬아슬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
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
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
가지 뻗고 이파리 틔우는 일이었구나




감상)학생들에게 시를 읽게 하고 잠시 창밖을 본다. 시를 읽지 않는 세대 입에서 마음으로 시의 의미가 닿기도 전 그 시에서 고개를 돌려버리고 마는 아이들. 그들에게 시를 오래 머물게 하려고 큰 소리로 떠든다. 그들에게 한 줄 각인시켜보려고 말도 안 되는 시험을 친다. 그들을 흔드려고 내가 수없이 먼저 흔들린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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