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밝힌 지방분권에 대한 구상은 과거보다 한 발짝 더 진전된 안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남 여수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국정 목표로 삼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 가겠다”며 지방분권 개헌 추진 의사를 재차 밝히고 정치계의 신속한 논의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기념사에서 언급한 지방분권 구상은 지방분권 개헌 추진, 개헌과 별도로 실질적 지방분권 확대, 혁신도시 사업 강력 추진 등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주제마다 세부적 방안도 언급돼 새 정부 개헌 밑그림이 담겼다고 풀이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방이 튼튼해야 나라가 튼튼해지고,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은 적절한 지적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9대 대선 후보 시절 내년 6월 지방동시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공약했으며 지난 8월 17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국회의 개헌특위를 통해서든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하겠다는 것은 틀림없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기념사에서는 세부 계획을 제시함으로써 개헌 구상을 보다 명확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반년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회에서는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합의되는 과제만큼은 반드시 개헌을 하겠다고 수차례 밝혀왔으나 하세월이다. 특히 중앙권력구조 개편에서 대통령의 임기를 4년 중임제로 할지, 현 대통령제에 의원내각제를 접목할지 등을 놓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의 개헌이 구호만 요란하지 실제 성과가 없다. 개헌안에 대한 여야 타협이 어렵다면 정부안을 내야 한다.

이제 문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개헌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회에만 맡겨둬서는 될 일이 아니다. 정부 주도로 개헌안에 대한 정부안을 발의해야 한다. 헌법을 개정하는 길이 두 가지, 국회안 발의와 정부안 발의 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별도의 정부 산하 개헌특위를 통해서 지방자치분권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개헌목적의 범정부적인 한시 기구다. 개헌특위의 명칭도 단순한 개정이 아닌 포괄적인 새 헌법 시대를 열기 위해 ‘헌법개혁위원회’로 해 봄 직하다. 중앙권력구조 개편보다 지방분권이 더 시급하다. 지방분권 내용만이라도 담긴 개헌안을 먼저 추진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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