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새는 중이야
그렇지 새고 말고
나만 새는 거 아냐
발바닥 밑의 모래밭도 새는 걸
모래밭 위의 지구도 새는 중이래
지고 가던 쌀자루가 자꾸 새더군
마시지 마 물이 새
이것 봐 막혔군 나만 새는 거 아냐 화내지 마
바다에 뜬 기선에서도 물이 새고 있다는데 뭘
구름에선 소나기
밤에선 아침이
모두 새나봐
새, 새, 샌다니까

게다가 비가 새는군



감상) 지금은 새벽이, 어제는 낙엽이 슬픔이 외로움이, 그 언젠가는 주저함이 노을이 포도주가, 또 언젠가는 그랬지 발바닥이 막막함이 돌아갈 곳 없음이, 나는 왜 그랬을까 알 수 없음이 그 언젠가는, 나도 모르게 나를 빠져나가던 것들, 나도 모르게 나는 텅 비어가고 있는 중.(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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