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부터 일부 국민이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통해 대통령의 권한에 저항한 촛불집회를 평가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서다.

문 대통령은 며칠 전 촛불집회 1주년 기념 메시지를 통해 “촛불은 끝나지 않은 우리의 미래. 촛불의 열망과 기대를 잊지 않겠다”고 밝히고 촛불집회가 “민주주의와 헌법의 가치를 실현하고 정치변화를 주도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촛불의 뜻은 단호했지만, 평화적이었고 이념, 지역, 계층, 세대로 편 가르지 않아 새로웠다”고 말하고 “촛불은 국민과 함께 가야 이룰 수 있는 미래, 국민의 뜻을 앞세워 끝까지 함께 가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정의’를 언급했다. ‘정의’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실정을 바로잡는 ‘적폐청산’을 연상하게 한다. 여권에선 ‘촛불 혁명’이란 말이 공공연히 쓰고 있다.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과 파면, 조기 보궐대선을 거쳐 문재인 정부를 낳은 ‘바꾸자는 힘’이 촛불집회에서 나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우리 국민에게 ‘정의’만큼 모호한 개념은 없는 듯하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세계한상대회 참석자들과 가진 청와대 간담회에서 적폐를 구체적으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새 정부는 국민의 힘으로 적폐청산을 힘차게 추진하고 있다”면서, 촛불집회에 담긴 정신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이어받은 적폐청산도 진영을 초월하는 보편적 목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해방 후 성장만능주의, 물질만능주의 그늘에서 생긴 여러 폐단’을 씻어내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게 적폐청산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를 위해 앞으로 계속해서 적폐청산을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대통령이라는 위치를 생각할 때 정치메시지도 적절한 강도로 정제해가면 써야 한다. 문 대통령 말대로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자는 적폐청산이라면 반대할 명분이 없다. 그러나 적합하고 적절한 선이어야 한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적폐청산이었으면 한다. 그러려면 청산의 범위와 속도를 현실에 맞춰 조절하고, 추진방법의 합법성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전 정권한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건 정부·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국정운영의 최종적 책임은 현재의 정권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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