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4일 이란국립박물관에서 특별전 개막
12월 15일까지 신라 문화재 144점 선보여

이란전 포스터
신라와 서역간의 문화교류의 영향을 받은 신라 유물들이 처음으로 서역 이란으로 나들이를 간다

이 유물들은 신라 계림로 보검과 용강동 무덤 토용(土俑·흙으로 빚은 인물상)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이 유물들을 포함해 신라의 문화재 102건, 144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신라와 페르시아, 공동의 기억’을 이란 테헤란에 있는 이란국립박물관에서 11월 4일 개막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2016년 10월 국립중앙박물관과 이란국립박물관이 상호 교류협력을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을 계기로 성사됐다. 이후 국립경주박물관과 이란국립박물관이 전시 내용의 구성과 전시품 선정 과정에 긴밀히 협조하고 실무를 진행한 결과, 신라의 역사문화와 대외교류를 보여주는 전시품으로 구성해 선보인다.

12월 1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물은 보물 제635호인 계림로 보검이다. 1973년 경주 대릉원 동쪽으로 길을 낼 때 확인된 무덤인 ‘계림로 14호묘’에서 출토된 이 보검은 신라의 전통적인 칼과는 모양이 확연히 다르다.

국립경주박물관은 2010년 발간한 계림로 14호묘 발굴조사보고서에서 길이 36㎝인 이 보검이 5세기에 제작됐으며, 중앙아시아의 집단이 동유럽 금세공 기술자에게 주문을 의뢰한 것으로 보인다고 기술한 바 있다.

용강동 토용은 경주 용강동 무덤에서 1986년 출토된 인물상 가운데 하나로, 덥수룩한 턱수염과 움푹 팬 눈이 서역인과 닮았다.

이번 전시에는 금관총 금제 관식, 금관총 금제 허리띠, 황남대총 남분 은제 팔뚝가리개 등 국보와 보물도 함께 공개된다.

전시는 신라에서 나온 금제 장신구를 조명하는 1부 ‘황금의 나라, 신라’를 시작으로 토기와 금속제품 등으로 신라인의 일상을 소개하는 2부 ‘신라인의 삶’, 신라의 대외 교류에 초점을 맞춘 3부 ‘신라와 페르시아’로 구성된다.
이란국립박물관 신관. 사진제공 국립경주박물관
1부는 4~6세기 신라의 거대한 무덤에서 출토된 금제 장신구로 왕의 상징물인 금제 관모와 금제 허리띠를 비롯해서 새 날개 모양 장식, 목걸이, 팔찌, 귀걸이 등 다양한 황금장식품을 소개한다.

2부는 무덤에서 출토된 인물상과 동물 토우들, 일상생활에 사용했던 토기와 금속제품, 건물에 사용했던 기와들과 당시 건물의 모습을 알려주는 토기들을 통해 신라인의 의식주 문화를 살펴보고, 당시 사람들의 사후세계관을 보여주는 골호와 십이지상을 함께 소개한다.

3부는 신라는 한반도 동남쪽에 자리했으나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발전시켰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멀리 서아시아와도 관계를 맺어 나갔다. 이러한 외부 세계와의 끊임없는 접촉은 신라문화를 융성하게 했다. 특히 계림로 장식보검, 용강동 문관상 등 신라 미술품에 보이는 이란적 요소를 통해 신라와 페르시아의 문화적 관계성 및 신라 문화의 국제적 성격을 보여준다.

또한, 전시기간 중에 한국과 신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신라와 경주를 주제로 한 영상물과 다양한 디지털자료를 선보이며, 이란의 박물관직원들을 대상으로 신라문화와 한국박물관에 대한 특별강연도 진행할 예정이다.

국립경주박물관 관계자는 “전시품 선정과 전시 구성에 이란국립박물관도 참여했다”며 “이란 국민뿐만 아니라 이란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도 우리 문화를 알리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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