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 앞바다에 향유고래 무리가 나타났다. 향유고래는 범고래와 함께 원추형 이빨로 다른 동물을 잡아 먹는 이빨고래의 대표 종이다. 향유고래는 수심 300m에서 1,000m의 깊은 바다에서 대왕오징어 등을 잡아먹는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연구원들이 10월 27일 구룡포 동쪽 10마일 해상에서 향유고래 6마리를 발견했다. 지난 2004년 3월에도 구룡포 근해에서 8마리가 목격됐는데 다시 발견됐다. 향유고래는 수컷이 19m, 암컷이 13m까지 자라고 몸무게는 최대 57t에 이른다. 사각형의 머리는 몸의 35%를 차지하는 가분수형 체형이 특징이다. 향유고래는 발달한 초음파 기능으로 3,000m의 심해저에서 2시간 동안이나 잠수할 수 있다. 

해신 ‘넵튠의 보물’이라 부르는 용연향(향유고래에서 채취하는 송진 같은 향료)과 뭉툭하게 생긴 머리 속에 들어 있는 밀랍 성질의 기름으로 인해 18세기부터 미국 포경선에 의해 집중 포획됐다. 향유고래는 허만 멜빌의 명작 ‘백경’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일제시대 일본 포경선이 울산 근해에서 5마리의 향유고래를 포획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향유고래의 그림이 있어서 향유고래는 선사시대부터 동해의 주인이었던 것이 확인됐다.

이번에 포항 앞바다에서 발견된 향유고래 6마리는 암컷과 수컷은 물론 새끼까지 거느린 일가족인 것으로 확인돼 동해에 개체 수가 더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동해는 상괭이나 돌고래 정도가 뛰노는 바다가 아니었다. 대형고래의 바다였다. 1849년 한반도 연안에서 조업한 미국 한 포경선의 일지에는 “혹등고래와 대왕고래, 참고래, 긴수염고래가 사방에 뛰어논다. 셀 수조차 없다”는 기록이 있다. 

대형고래인 향유고래가 나타났기 때문에 조만간 동해에서 ‘귀신고래’로 불리는 ‘한국계 회색고래(Korea Gray Whale)’ 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 수천 마리가 포획돼 동해에서 1970년대 이후 사라진 대형고래다. 아직 러시아 동부 사할린 연안에 100여 마리의 귀신고래가 살고 있다. 곧 구룡포 다무포 고래마을 앞에 현상금 붙은 귀신고래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올 것이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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