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억 에스포항병원 재활운동센터장·재활의학과 진료부장

현대 의학에서 전신마취의 시작을 알리게 된 것은 1800년대다. 1804년 일본에서는 통선산(通仙散)을 사용해 유방의 종양을 제거했으며 1846년 미국에서 에테르(Ether) 마취제를 사용해 목의 종양을 제거했다.

이후 마취 방법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현대적 외과수술의 발전도 가능해졌다. 조금 더 안전한 수술 및 수술의 예후를 위해 수술 중 환자 상태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마취제가 개발됐고 마취방법이 다양해졌으며 심전도, 혈중 산소포화도, 혈압, 맥박, 체온 등을 통해 수술 중 환자를 감시하는 분야의 발전도 함께 이뤄졌다.

이러한 마취분야의 발전 덕분에 수술을 위한 마취를 뛰어넘어 수술 중 환자 상태를 추적·감시하는 장치도 개발됐다.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 등에 관련된 수술의 경우, 수술과정이 정확하고 안전하게 이뤄졌다 판단돼도 수술 이후 의식 저하나 마비 등 후유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수술에 관련된 의료진이나 환자 및 보호자 모두 곤혹스러워 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예를 들어 파열되지 않은 뇌동맥류가 있어서 클립결찰술이나 코일색전술을 하고 난 후 뜻하지 않게 뇌경색이 발생해 마비가 있을 수 있으며, 척수가 눌려 척추관을 넓혀주는 후궁성형술 이후 팔다리가 저리고 힘이 없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수술 중 신경계 추적감시 (Intraoperative neuromonitoring: INM or IOM)가 전 세계적으로 점차 보급되고 있으며 중추신경계수술에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수술 중 신경계 감시란 주로 전기생리학적인 방법을 이용해 수술 중 중추신경계의 이상 여부를 추적 감시하는 방법으로 수술 중 중추신경계의 손상을 조기에 찾아 수술 후 합병증이나 후유증을 줄이는 방법이다. 즉, 신경계 손상이 가역적인 상태에 있을 때 수술자에게 알려줌으로써 영구적인 손상을 예방하는 데 있다.

과거에는 수술 중 전신마취 상태에 있는 환자에게 마취의 심도를 낮추고 정신을 살짝 들게 한 후 환자에게 말을 걸어 환자의 신경기능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발가락을 움직여보세요!” 하며 신경기능을 확인했다. 즉 ‘깨우기 검사’를 실시했던 것이다. 지금처럼 수술 중 신경계 추적감시가 발달하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때의 일이다.

그러나 현재는 수술 중 신경계 추적감시를 통해 수술 중 의사에게 안전하게 수술하고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고 또 의사도 고위험군 환자의 수술을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 여러 중추신경계 수술에서 수술 중 신경계 추적감시를 하지 않고 수술을 시행한 경우 약 7.4~12.0%는 신경계 합병증이 보고됐으나 감시를 한 경우 약 1.1~4.0% 정도로 감소해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은 수술 중 신경계 추적감시는 1900년대 말 간질 수술을 받는 환자에서 두개골을 열고 시행한 뇌파를 기록한 것부터 시작했고 1980년대부터 유발전위, 침근전도 및 뇌파 등 전기진단학적 검사에서 본격적으로 임상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중추신경계 수술에서 필요한 방법으로 알려져 왔다. 우리나라에는 1994년부터 도입되어 큰 대학병원에서만 진행되다가 점차 상급종합병원으로 보급되고 있으며 우리 지역에도 보급됐다.

수술 후 반신불수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을 앞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좋은 소식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 더욱 발전할 신경계 추적 감시 장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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