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본다 거울을 보다가 거울 속으로 들어가 거울을 보고 있는 사내를 본다 광대뼈가 불거져 나온

마흔의 사내여, 너는 산다 죽을 둥 살 둥 살고 죽을 똥 살 똥 산다 죽을 똥을 싸면서도 죽자 사자 산다 죽자 사자 살아왔으니 살고 하루하루 죽은 목숨이라 여기고 산다 죽으나 사나 산다 죽기보다 싫어도 살고 죽을 고생을 해도 죽은 듯이 산다 풀이 죽어도 살고 기가 죽어도 살고 어깨가 축축 늘어져도 산다 성질머리도 자존심도 눌러 죽이고 산다 죽기 살기로 너를 짓눌러 죽이고 산다 수백 번도 넘게 죽었으나 죽은 줄도 모르고

늦은 밤 거울 앞에 앉은 사내여, 왜 웃느냐 너는 대체 왜 웃는 연습을 하느냐





감상)너는 누구니? 묻고 또 묻는다. 대답을 들으면서도 묻고 물어놓고도 또 묻는다. 아무리 보아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여자가 거기 있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알아보는데 나만 몰라보는 여자. 사람들은 그녀를 나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몰라서 또 묻는다 너는 누구니?(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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