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으로 산다’는 말은 옛말이다. 반세기 전만 해도 ‘쌀밥에 고깃국’이 서민의 소망이었다. 그러던 쌀밥이 천덕꾸러기 신세다. 해가 갈수록 밥 먹는 횟수와 밥그릇 크기가 줄고 있다. 1997년에는 한 해에 한 사람이 102.4㎏의 쌀을 먹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에는 61.9㎏으로 줄었다. 식생활습관이 바뀌면서 쌀 소비량이 30년 전의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60㎏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쌀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하다가 올해 지난해보다 20만t 줄어든 399만5천t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간 생산량이 400만t 이하로 떨어진 것은 저온피해가 극심했던 1980년(355t) 이후 37년 만이다. 쌀 생산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재배면적 감소다. 지난해 77만8천700㏊였던 벼 재배면적이 올해 75만4천700㏊로 3.1% 줄었다. 여기에다 봄 가뭄과 늦장마 등 고르지 못한 기후가 겹쳐 벼 수확량을 줄게 했다. 

쌀 생산량은 줄었지만 요즘 쌀농사 짓는 사람들이 모처럼 웃는다고 한다. 10월 산지 쌀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 한 가마니에 15만1164원으로 1년 전에 비하면 16.6%나 올랐다. 수확기에 산지 쌀값이 오른 것은 15년 만이다. 이렇게 쌀값이 오른 것은 정부가 햅쌀 72만t을 매입키로 한 것도 원인이지만 올해 쌀 생산량이 6% 정도 줄 것이란 전망이 주된 원인이다. 수십 년 간 풍년이 들어도 쌀값을 제대로 받지 못하던 ‘풍년의 역설’이었다면 올해는 ‘흉년의 역설’인 셈이다. 

전국의 4천500여 개 정부양곡 창고에 206만t의 쌀이 쌓여 있다. 여기에다 민간 보유량 14만3천t을 합하면 220만3천t에 육박한다. 유엔 식량기구가 권장하는 쌀 재고량 80만t의 2.8배다. 이런데도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6%로 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논 면적을 더 줄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밭작물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 농정구조를 쌀 중심에서 다원적 생산으로 바꿔야 한다. 남아도는 쌀에 정부 지원금을 해마다 수조 원씩 쏟아부으면 농업발전은 없다. 하지만 쌀 보조금 줄이기도 만만치 않다. 농민과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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