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부터 북에 나포 가능성 배제···어선도 위치정보장치 끄고 조업
송환 후 어획물 인계에만 혈안···민관군 안전불감증 도마에 올라

391흥진호.
북한에 나포됐다 송환된 391흥진호에 대한 정부합동조사 결과가 드러나자 그동안 민·관·군에 만연했던 안전불감증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정부합동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새벽 1시 30분께 391흥진호는 한·일 공동어로수역인 대화퇴어장 밖 북한 해역 안으로 50여 마일을 들어가 20여 시간을 머무르며 복어잡이를 하던 중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

해경은 같은 날 밤 10시 30분께 위치보고를 하지 않는 흥진호의 동태를 파악해 달라는 어업통신국의 요청을 받고 수색을 시작했고 다음 날인 22일 오전 8시께 청와대, 총리실, 국가정보원, 해양수산부, 해군, 중앙재난상황실 등 유관 기관에 ‘위치보고 미이행 선박’으로 선박 실종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북한에 의한 나포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조난이나 난파에 초점을 두고 대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의 보고에 정부 각 부처도 피랍상황이 아닌 일반 안전사고 상황으로 판단한 것이다.

해당 부서의 보고에만 의지하는 정부의 안일한 판단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흥진호의 북한수역 불법 조업 사실을 숨기려던 거짓말도 상황 파악에 혼선을 줬다.

흥진호 전 선장은 해경에 “22일 오전 8시 20분께 흥진호와 통화했는데 조업 중이며 안전상 이상이 없다”고 진술하며 흥진호의 북한수역 조업 사실을 숨기는데 급급했다.

26일 해경에 한 진술이 거짓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흥진호 행방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게다가 흥진호 역시 북한수역에서 조업한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울릉도를 출항할 때부터 선박 위치를 알리는 V-PASS기기를 끈 것으로 확인되는 등 어민들의 안전불감증도 문제였다.

더구나 북한 경비정에 나포되는 순간에도 흥진호는 해경에 구조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안일한 대처는 흥진호 송환 때 정점을 찍었다.

27일 오후 6시 39분께 NLL을 넘어 송환된 흥진호는 해경 경비정에 인계돼 속초항에 귀환했지만 다음날인 28일 낮 12시 30분께 울진 후포항으로 이동했다.

흥진호의 이런 이동이 어선을 선주에게 인계해 그동안 북한에서 어획한 복어 3.5t를 후포수협에 위판하기 위해서였다고 알려지면서 황당하다는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상 특성에 맞는 안전대책과 함께 정부의 상황 대책 방식을 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동·서해 조업어선의 월선방지 실태를 전면 재점검하고 유사 사건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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