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스팔트 밑에 거북이 산다
분명하다 갑골의 등짝처럼 딱딱한 이 길바닥이
저렇게 쩍쩍 금이 간 것은,
원칙을 지키지 않은 공사 탓이
아니다 짧고 뭉툭한 발톱에 질끈 힘을 주고
끙차, 아스팔트 속의 거북이 등짝을 밀어올렸기 때문
확실하다 초과적재한 저 화물차의 중량 탓이
아니다 저 균열, 거북의 등을 보라
이 비루먹은 길들을 다 갈아엎을 심산으로
해안이 가까운 남해나 거제
해남이나 진도의 캄캄한 밤에
아스팔트 속으로 제 대가리를 밀어 넣었을 거북!
이 망할 놈의 나라 도로 곳곳을
오늘도 롤러를 단 공사용 차량이 다진다
갈라 터진 길바닥에 새 아스콘을 붓고 다진다
아스팔트 속의 거북 수천 마리가 떼죽음, 압사를 당한다





감상)발아래를 조심해야 할 일이다. 발에 밟혀 꼼짝도 못하고 스러져간 것에 대해 생각해봐야할 일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수많은 발자국과 그 아래서 죽어간 것들, 죽어서 다시 죽은 것들……. 앞으로 내딛는 걸음걸음 좀 조심해서 디뎌야할 일이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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