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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균 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사적으로 볼 때,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은 자국을 방위하는 수단으로 주로 군사력을 의존해왔다. 하지만 급격하게 발전한 화학, 생물학, 방사선 무기로 인하여 피해의 양상은 더욱 복잡해졌고, 항공기와 핵미사일의 성능 향상은 전 국토가 공격사정권 내에 들어가게 되어, 민간인도 그 공격으로부터 예외가 될 수 없게 되었다. 거기에다 다양하게 발생하는 각종 재난은 국민의 생존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적인 방위와 함께 비군사적인 측면에서의 방어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와 같은 전쟁과 테러, 주요 재난 등 비상사태를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들은 관련 법률과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민방위’ 제도이다. 민방위(civil defence)는 원래 순수한 군사적인 공격에 대비하여 시민들을 보호할 방어수단으로 시작되어 본격적인 제도의 실행은 1950년대 이후부터이다.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와 스위스와 같은 유럽 선진국들은 9·11 테러 이후 급변하는 국제 테러단체의 위협과 재난의 국제화와 세계화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목적으로 민방위 제도를 강화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민방위 제도가 삼국시대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제반 토목공사를 위한 부역제도와 외세침략 시의 의병활동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부역, 의병, 방화법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대적인 의미의 민방위 제도는 1951년 1월 국방부 계엄사령부에 민방공 총본부와 각 도에 지부를 설치한 것이 시초라고 할 수 있으며, 이후 1972년 1월 15일을 민방공^소방의 날로 정하고, 최초로 민방공훈련을 실시하게 되었다.

그동안 민방위 제도는 북한으로부터 기인한 전쟁의 위협을 억제하고,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만연한 안보 불감증과 국민의 미약한 안전의식은 민방위 훈련 등 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적 필요성과 정당성을 감소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안보 및 안전의 현주소는 그리 밝지 않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에 따른 한반도 위기 상황이 급속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세월호, 메르스, 구제역, AI, 경주대지진 등 각종 재난이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여러 형태의 테러로부터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다. 실제로 그렇다.

선진국 중에서 민방위 제도가 허술하게 되어 있는 국가는 없다. 실전과 같은 상황을 설정해서 철저한 민방위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만일의 비상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민방위는 각종 위험으로부터 대한민국 국민 스스로를 보호하는 제도로서 위상이 재설정되어야 한다. 즉, 대한민국 민방위 제도의 실질적인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민방위 대응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관계 기관 간의 협력 시스템을 높여야 한다. 소방이나 경찰, 행정기관, NGO, 봉사단체 등과의 긴밀한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형식적이고 마지못해 참여하는 민방위 훈련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를 보호하는 꼭 필요한 훈련임을 홍보하고 교육해야 한다. 민방위 훈련의 주체이면서 대상은 바로 국민 자신이다. 형식적이고 수동적이며, 보여주기식의 민방위 훈련으로는 위기 상황을 대비할 수 없다. 세계 각국의 민방위 제도는 국가의 정치환경, 행정조직, 국민성과 문화 등에 따라 약간의 방법의 차이는 있으나,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의지로 운영된다는 점은 공통점이다. 민방위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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