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활유 폭발력 논란에다 안전규정 준수 의문… 76세 고령 운전자, 터널안 ‘지그재그 운전’은 왜?

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창원터널 인근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 2일 발생한 창원터널 인근 5t 트럭 폭발사고에 대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
경남 창원터널 앞 폭발·화재 사고와 관련해 의문점이 꼬리를 물고 있다.

먼저 지난 2일 발생한 사고의 1차 원인이 된 5t 화물 트럭에 실린 유류 종류다.

경찰은 사고 당시 트럭의 뚜껑 없는 적재함에 산업용 윤활유(절삭유)와 방청유 등이 200ℓ 드럼통 22개와 20ℓ 통 174개에 실려 있었던 것으로 봤다.

소방당국은 인화성 액체인 이 유류를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제4류 위험물로 판단했다.

그러나 유류가 제4류 중에서도 세부적으로 어떤 종류에 해당하는지는 파악이 안 돼 확인 중이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폭발음이 수 차례 있었다는 목격자 증언 등에 미뤄 윤활유와 방청유 이외에도 다른 폭발성 유류가 실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겨 성분을 분석할 예정이다.

트럭이 위험물을 실제 과적한 상태로 달렸는지와 그 경위도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트럭에 실린 유류는 모두 7천880ℓ로, 7.8t가량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현재 과적을 한 것으로 보는 이유다.

트럭 운전자 윤모(76·사망) 씨는 사고 당일 울산의 한 화주로부터 넘겨 받은 기름통을 싣고 창원시내 회사에 배달을 가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울산 회사 2곳에서 받은 남품내역서를 근거로 트럭에 실렸던 기름통 숫자를 파악했다.

트럭은 모 물류회사 소속으로 명의가 등록됐지만 경찰은 윤 씨가 사실상 개인 사업자로 일을 것으로 보고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를 통해 당일 과적하게 된 경위를 확인하는 한편 관련 법 검토를 통해 화주 등 관계자 책임 여부도 가리기로 했다.

사고 직후 트럭에 실린 드럼통 수십 개가 반대편으로 맥없이 나뒹군 점에서 운행 전 위험물이 제대로 고정됐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또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위험물 종류에 따라 정해진 지정수량을 넘겨 운반할 경우 차에 위험성을 알리는 표지를 설치해야 한다.

트럭이 상당 부분 불에 탄 상태여서 아직 확인하지 못했지만, 경찰은 향후 조사에서 트럭이 운행 전
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창원터널 인근에 기름통이 놓여 있다. 이 기름통은 지난 2일 발생한 창원터널 인근 폭발사고 차에 있던 것이다. 2017.11.3 연합
위험물 운반에 관련된 안전 조치를 이행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사고 직전 트럭이 창원터널 내부에서부터 “지그재그로 달렸다”는 다른 차 운전자 진술 등을 토대로 차량의 기계적 결함이 있었는지도 밝혀야할 부분이다.

경찰은 트럭이 2001년식으로 다소 노후한 만큼 브레이크 파열 등 기계 결함 가능성을 확인하려고 이날 관계 기관 합동 감식을 했다.

아직 관련성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윤 씨가 고령인 점에 미뤄, 병력이 있었는지와 졸음운전을 했는지 여부도 경찰이 살펴보기로 했다.

경찰은 이를 위해 윤 씨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

또 사고가 잦은 창원터널 구조가 이번 사고에도 영향을 줬는지 도로교통공단과 확인하기로 했다.

창원터널은 터널 구간만 2.34㎞에 이를 뿐만 아니라 양 방향 모두 경사도가 5% 이상인 도로와 연결돼 있다.

터널이 긴 데다 오르막으로 터널로 진입해 통과 후에는 내리막길로 연결되는 탓에 낡은 차 등이 터널 안에서나 그 주변에서 자주 사고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경찰 측은 “트럭이 불에 타 육안으로 당장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 많지 않다”며 “위험물 운반 규정을 준수했는지 등을 포함한 전반적 사항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지만 원인 규명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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