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우자, 잠자는 현안사업] 8년간 지지부진 영천경마공원

2009년 12월 한국마사회가 3천57억 원을 투입해 완공하겠다고 발표한 영천경마공원 건립사업은 8년째 낮잠만 자고 있다. 마사회가 공모를 통해 확정한 설계 조감도를 통해서만 그 모습을 가늠할 수 있다. 영천시 제공.

경북일보 순회취재팀은 제자리걸음만 하는 지역의 굵직한 현안사업을 점검한다. 사업 진행을 어렵게 만든 걸림돌을 살펴보고, 제 궤도를 찾도록 해법을 찾아내는 게 목표다. 첫 순서로 2009년 12월 한국마사회가 대한민국 제4의 경마장으로 선정해 발표했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첫 삽도 뜨지 못한 영천경마공원 사업의 문제점과 실마리를 풀 해법을 살펴봤다.

△장밋빛 청사진, 지키지 못한 약속 

마사회는 2009년 12월 영천시 금호읍 성천리와 대미리, 청통면 대평리 일대 147만5천㎡(약 44만6천 평) 부지에 3천57억 원을 들여 ‘렛츠런파크영천’이란 이름으로 2014년까지 경마공원의 문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경북도와 영천시는 2010년 2월과 2012년 8월 두 차례 운영협약을 체결하면서 마사회에 30년간 10차례에 걸쳐 레저세의 50% 감면, 부지 제공, 각종 인프라 제공을 약속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2012년 9월 이 사업을 허가했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용지 매입, 주 진입도로와 이주단지 조성, 문화재 발굴조사 등에 도비와 시비 910억 원이 투입됐지만, 마사회는 아직 건물 설계조차 들어가지 않고 있다.

경북도와 영천시가 약속한 30년간 레저세 50% 감면이 지방세특례제한법이라는 벽에 부딪혀서다. 2011년 1월 정부가 지방세 감면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안규섭 영천시 말산업육성과장은 “도가 레저세 50%를 감면해주면 연간 지방세 감면 한도(250~280억 원) 초과액의 1.5배에 달하는 지방교부세 페널티까지 물도록 한 지방세특례제한법 시행령 때문에 수백억 원의 재정손실을 입게 돼 진척이 쉽지 않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도와 영천시는 8년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풀려 무리한 약속을 남발했고, 관련 제도를 꼼꼼히 챙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법은 있다

가장 빠른 해법은 법 개정이다. 9월 8일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법률개정안과 말산업 육성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영천·청도)은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자신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방세특례제한법과 말산업 육성법을 고쳐서 페널티 없이 지방세를 감면하도록 만들겠다. 연내에 영천경마공원 건립을 위한 실시설계 들어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영석 영천시장은 “‘말에 미친 사나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영천경마공원 조성을 위해 노력했고 무리한 약속을 남발하지 않았다”면서 “레저세 감면 문제가 완벽히 해결돼 2~3년 후면 준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도는 법 개정과는 별도로 지방세 감면 총액을 현행 1.6%에서 5%로 높이도록 고시 규정을 바꾸는 노력도 하고 있다. 경북도 축산정책과 김철순 사무관은 “행정안전부가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마사회도 공기업으로서 책무를 다하는 차원에서 하루빨리 공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세특례제도과 김해철 사무관은 “경마공원 부지와 건설비용을 마사회가 부담한 부산경마공원은 레저세 감면을 3년 6개월만 받았는데도 잘 운영되고 있다”면서 “장외발매소에서 90% 이상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상 4~5년 정도 운영하면 영천경마공원은 레저세 감면 없이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레저세 감면 문제만 탓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계화 마사회 경마기반개선단장은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타당한 사업모델이 있는지 검토해 빠르면 12월 내에 실시설계에 착수하는 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순회취재팀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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