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역사를 되돌아보며 쪽빛 파도의 길에 오르다
파도 소리를 길벗 삼아 가파른 계단을 내려선다. 왼쪽으로는 해송 숲을, 오른쪽으로는 푸른 바다를 옆에 끼고 구불구불 돌아나가는 오솔길이 고요하다. 바닷가 몽돌밭이다.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며 돌 굴리는 소리에 두 귀를 기울인다. 또르르 도르르. 한쪽에선 물고기 형상을 한 바윗돌이 일제히 파도를 가르며 헤엄쳐 들어갈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자연이 빚어낸 걸작품 앞에서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한다.
‘쪽빛 파도의 길’이란 부재가 붙은 영덕 블루로드 D코스가 시작되고 있다. 영덕군 남정면 부경리는 영덕의 남쪽 끝 마을이다. 쪽빛 하늘 아래 길 양옆으로 흰색의 실선과 푸른색 실선이 나란히 붙어 서서 길을 안내하고 있다. 흰색이 파도라면 푸른색은 바다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하는 짐작을 해 본다. 특별한 길을 품고 있는 마을이다. 다시 국도변으로 올라선다.
저기 바닷가에 회색빛 배 한 척이 보인다. 쪽빛 바다에 무겁게 가라앉은 저 배는 무슨 배 일까. 7번 국도를 따라 1km쯤 올라왔을까. 장사해수욕장 한쪽에 붙박아놓은, 좀 전에 봤던 그 배다. 저 배가 장사상륙작전 때 고지를 눈앞에 두고 태풍으로 침몰했다는 문산호의 모형이란다. 개관 예정이 2018년 중이라는 표시판 앞에서 아쉽지만 발길을 돌린다.
미군 군사 전문가들조차도 성공 확률 5,000분의1로 점치며 만류했다고 한다.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케 만든 장사상륙작전은 6.25전쟁의 전세를 역전시키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였다. 영덕군에서는 지금 한창 장사해변에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공원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는 장사상륙작전 재평가를 통하여 그분들의 충혼이 후세에 널리 기려지도록 교육의 장으로 활용함이다.
우거진 솔숲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는 장사리 앞바다에 따스한 가을빛이 내려앉고 있다. 연인들이 손을 잡고,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갈매기 떼가 비상을 하는 장사해변을 돌아보며 다시 또 국도변으로 올라선다. 장사리의 북쪽 경계인 장사교를 앞에 두고 바다 쪽 언덕길을 내려선다.
차도를 벗어나 바다 쪽, 가파른 계단을 내려선다. 잔잔한 바다를 발밑에 둔 소나무 숲, 여기에도 해국이 만개를 했다. 솔향기에 취하고 국화 향기에 취해 걷다보니 다시 또 차들이 쌩쌩 달리는 7번 국도다. 북쪽으로 구계항이 보인다. 빨강, 하양, 등대가 세 개나 서 있는 한 폭의 그림 같은 항구다. 옛날에는 조그마한 어촌에 작은 항구였다고 한다. 지금은 국가 항으로 지정되어 많은 배들이 드나들며 주위에는 횟집들과 펜션, 카페가 눈길을 끈다.
△2015년 소비자 선정 최고의 브랜드 대상을 받은 영덕블루로드는 D-A-B-C 순서로 4개의 코스가 있다. 이 중 가장 마지막에 조성된 D코스의 일부가 해파랑길 19코스와 겹쳐지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