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면서 기댈 곳이
허공 밖에 없는 나무들은
믿는 구석이 오직 허공뿐인 나무들은
어느 한쪽으로 가만히 기운 나무들은
끝내 기운 쪽으로
쿵, 쓰러지고야 마는 나무들은
기억한다, 일생
기대 살던 당신의 그 든든한 어깨를

당신이 떠날까봐
조바심으로 오그라들던 그 뭉툭한 발가락을




감상)초록색 점퍼를 입은 긴머리의 그녀는 신발을 반쯤 벗은 채 의자에 앉아 있다. 고동색 구두가 그녀에게서 빠져나가려는 듯 눈을 반짝거리고 있다. 번들거리고 있다. 그녀의 발뒤꿈치는 손등으로 쓸어보면 꺼칠꺼칠 시원할 것 같다. 신발과 발이 긴 그림자처럼 서로를 물고 늘어져 있다. 뒤꿈치는 구두가 감싸줬던 것만큼 틈을 두고 갈라져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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