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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충신

경북일보 kb@kyongbuk.com 등록일 2017년11월06일 17시48분  
귤화위지(橘化爲枳). ‘강남의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유명한 고사를 남긴 안자는 제나라의 명재상이었다. 어느 날 제나라 왕 경공이 안자에게 물었다. “충신의 왕 섬김은 어떠해야 하오?” “왕이 난을 당해도 따라 죽지 않고 왕이 망명할 때도 전송조차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안자의 대답에 불쾌해진 왕은 그 이유를 물었다. 

“신하가 좋은 의견을 내놓아 그 의견이 채택되었다면 평생 난을 당할 일이 없어 신하로서 죽을 일이 없을 것입니다. 또 좋은 묘책을 내 놓아 그것이 채택되었다면 평생 도망칠 일이 없는데 어떻게 왕을 전송할 수 있겠습니까?” 안자는 말을 이었다. “만약 좋은 의견을 내놓았는데도 채택되지 않아 난이 일어나 죽는다면 그 죽음은 허망한 것입니다. 또 좋은 묘책을 내놓았는데 채택되지 않아 도망칠 일이 생겨 왕을 전송한다면 신하로서 왕을 제대로 섬기지 못한 것입니다. 무릇 충신이라면 왕을 위해 좋은 것만 들이는 것이지 왕과 함께 위난에 빠지는 자가 아닙니다” 

안자로부터 “왕을 위해 목숨을 바쳐도 여한이 없다”는 답을 기대했던 경공은 마음이 착잡했다. 그러나 경공은 안자의 충언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신하가 왕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해 왕이 죽음을 당하거나 망명길에 오르게 된다면 그 신하는 충신이 될 자격이 없다는 안자의 지론이었다. 왕이 죽을 때 따라 죽거나 망명할 때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충신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왕이 위험에 빠진다면 왕을 잘못 보필한 신하는 충신될 자격이 박탈되는 것이다. 

만약 왕이 신하의 충언을 듣지 않아 나라를 망하게 한다면 왕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훌륭한 신하도 우둔한 왕을 만나면 목숨을 부지하지 못하고 훌륭한 왕도 무능한 신하를 만나면 왕좌를 지탱하지 못한다. 충신과 왕은 운명공동체다. 좋은 충신은 좋은 왕이 만들고, 좋은 왕은 좋은 충신을 만든다. 

자유한국당으로부터 제명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끝없는 몰락이 안자의 말을 되새기게 한다. 코드인사로 채워진 문재인정부에겐 만고불변의 충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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