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없는 몸으로 그는 검푸른 창공에 홀로 떠 있습니다. 깊디깊은 허공에 익사하여 온통 부력만 남은 무중력 하늘에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벌어진 입과 귓구멍 콧구멍에 무한을 가득 채운 채 끝없이 투명한 공기에 매장되어 있습니다. 막힘없이 펼쳐진 하늘에게 목 졸리고 숨구멍 막히고 팔다리 결박되어 우주 쓰레기들과 함께 떠돌고 있습니다. 놀란 입을 벌리고 눈을 허옇게 뒤집고 있는 공포는 아직도 우주선에서 조난당하고 있는 중입니다. 영혼과 천연 방부제가 배합된 우주 공기는 오래 묵은 미라를 칭칭 감아 하늘 높이 별처럼 띄워놓고 있습니다.





감상)말들이 떠돈다. 중력이라고는 없는 말이다. 날개도 없는 것이 서울과 포항 사이를 순식간에 날아다니고, 지느러미도 없는 것이 바다 건너 제주도까지도 순식간에 간다. 말은 어쩌면 사람의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저 우주의 것이 날아와 인간의 것처럼 사람을 세뇌시키고 조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태초에 바위에 의미를 새겨 마음을 전달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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