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는 육체운동일 뿐 아니라 일종의 정신운동이다. 걷기에서 깨달음을 얻은 예찬론자들은 한결같이 걷기가 정신을 일깨우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프랑스의 기자 출신 걷기 예찬론자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西安)까지 1천99일의 여행기 ‘나는 걷는다’ 3부작을 내 유명해졌다. 그는 여행기를 내는데 그치지 않고 걷기를 청소년 교화운동에 적극 활용하게 했다. 2000년 ‘쇠이유(Seuil·문턱)’ 협회를 설립, 청소년 수감자들이 ‘문턱’을 넘어 사회에 성공적으로 편입될 수 있게 하는 걷기운동을 펼쳤다. 항상 고개를 떨구고 다니던 아이들은 배낭을 메고 3개월 동안 2000㎞를 걷고 나면 그 성취감으로 자기 존엄성을 회복한다고 했다. 길과 사람의 만남이 정신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프 라무르는 ‘걷기의 철학’에서 “달리는 것은 시간을 압축하고 줄이려 하며, 시간에 대해 일종의 폭력을 행사한다. 걷는 사람은 세상의 맥박과 일치를 추구한다. 산책자는 순간의 풍경을 음미한다. 조급하고 바쁜, 아무것도 보지 않고 다음 장소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사람과는 다르다”라고 달리기보다 걸으며 생각하기를 권했다.

걷기가 철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 장자크 루소는 인간을 발로 생각하는 동물이라 했을 정도다. “혼자서 걸으며 여행하던 때만큼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아 있음을 강하게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 정신을 움직이게 하려면 육체를 움직여야 한다. 우리의 철학 스승은 우리 발이다”라고 했다.

경북도가 사색의 계절 가을에 걷기 여행길 5곳을 추천했다. 경주 남산의 서쪽 능선 아래를 걷는 ‘서남산(삼릉) 가는 길’과 길 전체의 모양이 조지훈의 시 ‘승무’에 나오는 ‘외씨버선(볼 좁은 맵시가 있는 버선)’을 닮았다는 외씨버선길 1코스 청송 ‘주왕산·달기약수탕길’, 영주 소백산자락길 ‘제1자락 선비·구곡·달밭길’, 청도 운문사 솔바람길, 울진 불영사계곡 녹색길 등이다. 옛말에 ‘식보(食補)보다는 행보(行補)’라는 말이 있다. 이 삭막한 정신의 시대에 육체적 건강은 물론 아름다운 경북의 가을 길을 걸으면서 정신 건강도 다지면 좋을 듯.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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