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코스 개통 관광객 발길 늘어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벌써 가을의 끝자락이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을 뚜벅뚜벅 걸으면서 바다 위의 신선이 돼 보기도 하고 나와의 대화를 통해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한반도 동쪽 땅끝 호미곶의 지형적 상징성과 해양 관광자원을 연계해 조성된 호미반도 둘레길이 새로운 관광명소로 알려지면서 트레킹을 즐기기 위한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호미둘레길은 여러 사물을 닮은 바위들이 많아 신비감을 더해 주고 있다.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기암절벽들 사이로 집단으로 자생하는 해국(海菊)이 있고 해 질 녘 기암절벽 사이로 넘어가는 석양과 포스코의 야경도 한눈에 담을 수도 있다. 또 이 길은 대동여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수없이 걸어 다녔던 고산자(古山子) 김정호의 길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가 이육사와 황석영 등이 창작의 무대로 삼은 문학의 길이기도 하다. 이육사 시인은 이 길 시작 지점인 포항시 남구 청림동 언덕 포도밭에서 일제시대 조국 광복을 꿈꾸며 그 유명한 ‘청포도’ 시를 창작했다. 또 정글전 훈련을 받고 월남전에 투입되는 사실을 소설화한 황석영의 ‘몰개월의 새’ 창작 무대이기도 하다

‘명품 힐링로드’ 명성을 얻은 둘레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영일만의 아름다운 천혜 절경이 발에 닿을 정도로 바다와 근접해 있다. 그래서 발걸음마다 사연이 머무르고 추억이 되고 풍경은 시(詩)가 되고, 삶은 소설(小說)이 된다. 또 해안을 따라 부는 시원한 바다 내음은 가슴 깊숙이 들어와 공해에 찌든 몸을 일순간에 정화 시켜준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왜 이 길을 걷는 걸까’,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일까’는 인생의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한다. 이 길이 끝날 즈음이면 그 해답을 얻을 수도 있다.

호미 둘레길은 영일만을 끼고 동쪽으로 뻗어 나와 있는 포항시 남구 청림동에서 호미곶해맞이광장까지 25㎞ 구간을 4개 구간으로 나눠 코스별로 특색을 살린 이름과 함께 안내체계를 정비해 처음 찾는 관광객도 쉽게 찾도록 만든 힐링길이다. 1코스는 연오랑 세오녀길 (6.1㎞)이고, 2코스는 선바위 길(6.5km), 3코스는 구룡소길(6.5㎞), 4코스 호미길(5.3㎞)로 이어진다. 호미둘레길은 대부분은 해파랑길 동해안 국토종주 자전거 길과 연결돼 있다. 이 길의 특성은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도록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점과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고 해안의 지형지물인 몽돌과 백사장, 자연석, 어항 등을 십분 활용했다는 점이다. 인공구조물인 데크로드는 절벽 등 단절된 구간에만 제한적으로 설치했다.

포항시는 앞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기존 관광명소를 비롯해 친환경 녹색 도시 조성을 위해 추진 중인 그린웨이 프로젝트 등과 연계한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는 또 대한민국 국토 최동단의 지리적 강점을 활용, 조성된 호미둘레길을 한반도 대표 걷기여행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마을 주민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보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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