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마타리, 쑥부쟁이 꽃으로
피었기 때문이다.

그리운 이름이
그리운 얼굴이
봄 여름 헤매던 연서들이
가난한 가슴에 닿아
열매로 익어갈 때
몇 몇은 하마 낙엽이 되었으리라.

온종일 망설이던 수화기를 들면
신 신호음을 달려온 그대를
보내듯 끊었던 애잔함……

뒹구는 낙엽이여.……
아, 가슴의 현이란 현 모두 열어
귀뚜리의 선율로 울어도 좋을
가을이 진정 아름다운 건
눈물 가득 고여오는
그대가 있기 때문이리.……




감상)가을꽃이 슬픈 건 그대가 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파랗게 떨고 있는 꽃들이 그대가 보낸 말임을 아는 까닭이다. 어제 7번국도 도로변에는 샛노란 들국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그대의 말을 읽으려고 차를 세우고 오랫동안 꽃을 들여다봤다. 가을꽃이 슬픈 건 그대의 말을 다 읽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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