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의 상황은 별로 흥미롭지 못하기 때문일까. 세상에 전해지는 이야기는 대부분 진실이 아닌 허구가 가미된 것들이 많다. 사람들은 원래 어떤 사실을 그 이상으로 부풀려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더구나 세월이 지난 일이나 지역적으로 먼 곳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를 꾸며서 한다. 또 그런 이야기가 기록물로 만들어져 남게 되면 사실로 정착되기도 한다. 어떤 일이든 소문으로 듣는 것과 실제는 다른 법이다.

여러 사람이 재미있어하고 흥미롭게 생각하는 거짓말을 자기 혼자 ‘그렇지 않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진실이 아닌 사실을 묵묵히 듣고 있는 사이에 그것이 어느새 기정사실화 돼서 점점 확고한 사실로 굳어져 버리게 되기도 한다. 꾸며진 이야기가 진실로 바뀌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지난 8월 다큐 영화 ‘김광석’ 개봉으로 촉발된 가수 김광석과 그의 딸 타실의혹이 2개월여의 재수사 끝에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경찰이 “김씨 딸이 방치돼 숨졌다는 객관적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서 김광석의 아내 서해순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다큐를 연출한 ‘고발뉴스’ 기자 이상호씨는 다큐 개봉에 앞서 “김씨가 아내 서해순씨에 의해 타살됐을 가능성이 있다. 딸도 서씨가 죽였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요절 김광석을 애석하게 여기는 팬과 국민의 마음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각본이었다. 여기에 현직 여당 의원까지 가세해서 김광석 부녀 타살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 됐다. 하지만 결과는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례들은 많다. 역시 이상호기자와 안해룡이 세월호 사건 당시 다이빙벨 투입이 필요했으며, 구조 실패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한 ‘다이빙벨’의 경우도 유속이 빠르고 수온이 낮은 진도 앞바다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으로 판정 났다. 최근에는 강진으로 노후 원전이 폭발해 국가가 대재앙에 빠져드는 내용의 영화 ‘판도라’로 인해 국내 원전은 폭발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관람 당시 눈물을 보였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탈원전’ 논란이 본격화 됐다. 허구가 이렇게 진실이 되고 사회가 괴담에 휘둘려 국력을 낭비하는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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