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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며칠 전 내 고향 프로에 물 맑고 공기 깨끗하고 영롱한 햇살이 눈 부신 상주시 모동면 백화산 자락의 곶감 농장이 나왔다. 새하얀 분이 나온 옛날에 먹던 탐스러운 곶감이 TV를 탔다. 내가 어릴 때는 읍내 뒤 냇가에 냇물도 입대고 먹었던 자연 그대로 세상이다. 겨울철에는 초가집 처마에 달린 백옥 같은 고드름을 바작바작 씹어도 탈이 안 난 그 시절 시골 곶감을 반세기 만에 본 것이다.

내 고향 상주에 가보면 중앙시장 안에는 한 골목 좌우에 곶감만 파는 가게가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곶감도가’ 라고 고향 사람들은 말한다. 이맘때면 곶감 사고파는 사람 외지 고객까지 북새통으로 장사진을 이룬다. 매월 끝자리 수가 2일과 7일이 상주 장날 되면 인산인해로 상주에서 흔한 자전거는 물론 사람도 곶감도가를 빠져나오기 힘 든다.

어릴 때 곶감도가에 가보면 긴 막대기에 10개씩 끼어 10묶음 100개 한 접이다. 하얀 분이 나온 작은 도넛 모양의 곶감 정말 꿀맛이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옛날에 찬방 위에 깊숙하고 서늘한 다락에 숨겨두고 간식으로 막대기에 곶감을 1개씩 빼내어 나누어 주는 생각이 난다.

장작불에 아랫목을 따뜻하게 하고 호롱불로 밤 밝히는 풀벌레 우는 긴 밤 허전하고 심심했다. 할머니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들려주던 옛날이야기를 해주면 그렇게 재미나고 신났다. 그 시절은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인기 짱이고 주변에 사람들이 몰린다. 그때는 볼거리, 들을 거리, 즐길 거리가 지금과 비교가 안 된다.

엄동설한 한겨울 천장에서 찬바람이 술술 들어와 잠을 설치는 밤에 잠이 안 와 할머니를 조르니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를 해 준다

“옛날 호랑이가 자주 나타나는 먼 옛날 외딴 산골 한밤중에 아이가 보채며 운대요. 젖을 물리도 안 되고, 사탕을 주도 안 되고, 달랠 길이 없대요. 호랑이 왔다고 하니 더 울음소리가 커지더니 부엌두지에 있는 곶감 가져온다고 하니 울음을 뚝 거치대요. 문밖에서 으르렁거리며 듣고 있던 호랑이가 ‘나보다 더 무서운 곶감이 부엌에 있구나’ 하면서 걸음아 나 살리라고 하면서 줄행랑을 놓았다”는 믿거나 말거나 들려주는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 곶감 볼 때마다 할머니 생각이 짠하다.

5갈래 고속도로와 2개 분기점 6개 나들목이 있는 대한민국의 중앙이며 교통요충지로 뜨고 있는 내 고향 상주 요즘 낮에는 거리가 한산하다. 감 따고, 깎고, 손질하러 곶감 농장에 다 있기에 그렇다. 낮에는 성당이나 교회나 절에 신자가 없어 새벽이나 밤에 미사나 예배, 불공을 드린다.

감 고장의 원조이며 상주가 최대 생산지이며 인근 충북 영동이나 경북 예천에도 감 농사를 많이 하여 먹고 살고 자녀 교육시키고 뒷바라지하는 효자 과일이다. 고향 상주에 살 때, 찬바람이 불면 감 수매로 원예조합이 있는 동문 거리에는 전국에서 감 싣고 온 차량과 경운기로 대구 방면 낙동 통로는 길게 줄 서서 장사진을 이룬다.

그 옛날 겨울에 간식으로 으뜸인 곶감 정말 맛있다. 요즘은 사시사철 곶감 먹는 좋은 시절이다. 호랑이도 무서워하는 농산물 곶감 구매 하고 선물도 하여 고향 사랑 실천하고 농촌 경기 활력에도 십시일반 보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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