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감상) 가을 하늘이 참 맑아요. 벌써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도 참 아름답고요. 그 빈 들판 위로 내리쬐는 햇살도 오늘은 더없이 맑아요. 매운 순대국밥 한그릇 먹고 무작정 이 들판으로 왔어요 머리가 찡하도록 매운데도 난 어디든 기대고 싶었던 거예요. 빈 들판에 서서 느껴요 아무 것에도 기대지 않았을 때 드디어 난 완전히 어느 품에든 안겼다는 안도가 생긴다는 걸요. 오늘은 가을이에요. 하늘은 높고요 당신은 살찌고 있나요?(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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